이주열 총재 "다면적 어려움…통화정책만으론 힘들어"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경제를 이끌만한 카드가 한국은행 통화정책 외에는 달리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 한계론'이다. 이주열 총재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만으로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충분히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신산업 육성'이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한국은행(BOK)-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피터슨연구소(PIIE)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정책조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출한 것이다.

   
▲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지난 19일 "각국 경제가 지금처럼 다면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는 이를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발언했다. /한국은행


개회사를 위해 단상에 오른 이 총재는 우선 "완화적 정책에도 대부분 국가가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미국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 사태 등이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소규모 개방경제가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발언에서 이주열 총재는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어려움도 내비쳤다.

그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지 않도록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야겠지만 금융 안정이 저해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면서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금융 완화의 정도가 과도하면 대외 충격 발생 시 자본유출과 통화가치 절하가 급격히 진행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는 "각국 경제가 지금처럼 다면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는 이를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직접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기자간담회'에서도 "(현재의 저물가 상황에) 통화정책으로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발언한바 있다.

이 총재의 발언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너무 많은 시선이 쏠려 있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시장에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한 번 더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물가 상승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관점이 복잡하게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김경빈 연구위원은 "노무라증권 등 경기하강 위험을 근거로 연중 추가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기관이 많다"면서 "이르면 9월부터 늦어도 연말까지 한 차례 정도 인하할 것이라는 관점이 우세하며 HSBC와 노무라는 두 차례 인하를 예상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금리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매달 결정되다 보니 시선이 더 쏠리는 것 같다"면서 "금리 변동이 심리적 측면에서 가장 당국의 뜻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시그널이긴 해도 기준금리는 말 그대로 '기준'일 뿐 한국은행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이외에 정부가 쓸 수 있는 '경제카드'로는 재정정책이 있다. 추가적인 세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현실적 수단으로는 국채 발행과 추경(추가경정예산) 등이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국채 발행의 경우 채권금리 상승을 야기해 다시 경기침체가 도래하는 악순환이 미국에서 관찰된바 있어 대규모로 지속 추진하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추경의 경우 현재 정부는 '10조원+α'의 추경 집행을 결정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경정예상(추경)을 조속히 집행해야 하반기에 정책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전 부처는 지금 바로 준비에 착수해서 최대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예산안을 마련해달라"며 추경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추경을 포함한 재정정책도 충분하지 않다. 이 연구위원은 "재정정책의 경우 정부가 인프라 투자 등을 부담하면서 나서기 때문에 단기 GDP 상승과 고용 상승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지만 후세대가 이 빚을 다 져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모든 정책에 일장일단 있는 셈이지만 현재와 같이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모든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데에는 각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했다. 

결국 시선은 '기업'들로 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을 재가동 시키는 것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신산업육성 전국토론회'에 참석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발언은 이와 같은 시각을 잘 보여줬다. 허 회장은 인사말에서 "현재 위기를 극복하려면 재정과 통화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어렵다"면서 "새로운 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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