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유형문화재는 한국인의 정체성…사유화 시도는 헌법정신 위배
본지 낚시전문대기자이자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하응백씨가 국악계의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경기산타령과 서도산타령의 선후 문제와 문화재종목 사유화에 대한 의견이 담긴 글을 기고했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하응백씨의 특별기고를 전재한다. [편집자 주] 

놀량사거리(서도산타령)와 경기산타령의 진실3
 
 
   
▲ 하응백 문학평론가
5. 황용주의 서도산타령과 한명순의 놀량사거리

중요무형문화재 제 19호인 황용주도 서도산타령을 제자들에게 전승한다. 발표회 역시 해마다 한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열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지면을 빌어 그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다. 하지만 황용주가 전승하고 있는 서도산타령은 정통의 서도제 놀량사거리가 아니라 경기제 산타령이다. 그래도 상관이 없다. 자기식대로 자기가 배운대로 노래를 해석하여 부르는 것은 각자의 자유다. 판소리를 하는 사람이 경기소리를 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명백히 할 것은 김정연-한명순 계보의 놀량사거리와 이창배-황용주 계열의 놀량사거리는 그 음악이 다르다는 점이다.
 
백대웅은 서도소리의 특성을 시김새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서도소리라고 하는 음악어법의 '구성음의 틀'을 바탕으로 해서 실제 서도소리 음악에 나타나는 그 미세한 시김새를 그냥 서양음악의 장식음처럼 다룰 수 없는 것은 그 시김새 자체가 수심가의 음악적 특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성법과 퇴성할 때 발생되는 '반음'은 가곡과 같이 퇴성의 부수현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때때로 반음의 기능과 시가(詩歌)를 독립적으로 갖는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이 서도소리답게 느끼는 특징적인 요소로 인식되어 있다."(백대웅, 『한국전통음악의 선율구조』, 1982, P. 221.) 요컨대 서도소리의 특징은 서도소리 자체의 미세한 시김새이며 이것은 서도소리에서는 수심가조라고 한다. 또한 '반음' 자체의 중요성, 즉 '반음'이야말로 서도소리의 고유성이라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서도소리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명순과 황용주의 놀량사거리를 음반 채보 비교를 통하여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살펴보자.(채보 음반은 한명순 <놀량사거리> . 황용주 <황용주 국악대전집 2집>, 채보는 최영훈)
 
한명순 놀량의 ‘에라디여’ 부분(위), 황용주 놀량의 에라디여 부분(아래) 

   

한명순의 놀량을 보면 서도음계의 특징인 본청 '도'음에서 완전 5도 올라간 '솔'음을 떨어준다. 또한 놀량에서 '솔'음의 시김새는 서도음계의 특징을 살린 약간의 'Ab'음에 가깝게 떨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시김새는 놀량 전체에서 나타난다. 황용주의 놀량은 '라'음을 가볍게 쳐서 '솔'음으로 바로 내려오게끔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솔'음의 농음도 굵게 떠는 것 보다는 잘게 떨어주고 있고, 모든 음에 요성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음을 떤다고 보기 어렵다. 수심가조의 특징을 살펴보면 본청에서 완전 5도 올라간 음을 떨어주는 것이 특징적이다. 한명순의 경우 수심가조의 특성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지만, 황용주의 경우 완전 5도 이상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황용주의 소리를 서도의 수심가조라고 할 수 없다.

사거리(앞산타령)의 부분을 비교하여 보자

한명순 사거리 '연주댄데' 부분(위 둘), 황용주 사거리 '연주대요' 부분(아래 둘)

   

   
 
한명순의 악보 제 28마디 '악~산' 부분을 살펴보면 굵게 떨어주는 목을 사용하고 있고, 서도소리의 전형적인 시김새인 엇청을 이용한 전조가 보인다. '산'(g)-'염불'(g)- '연주'(g)- '댄'(f)- '데'(c)부분을 떨어주며 원조-전조-원조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매 후렴구 마다 반복된다. 리듬 또한 서도 특유의 중모리와 세마치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장단으로 앞마디 부분에는 가락이 적고 뒷마디 부분은 가락이 많은 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황용주의 경우 사거리의 특징은 전조인데, 황용주의 '연주대요' 부분에서는 전조를 보이지 않고 있고, 바로 떨어주는 엇청이 아닌 '라'음을 걸쳐서 '솔'로 내려오는 음을 사용하고 있다. 리듬 또한 경기민요에서 주로 사용하는 세마치 장단으로 앞부분과 뒷부분이 가락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보여주는 예는 극히 일부분이다. 이렇게 한명순의 놀량사거리와 황용주의 놀량사거리는 다른 것이다. 채보를 통해 보아도 한명순은 서도의 특성을 나타낸 소리를 구사하고 황용주는 경기의 특성을 구사한 소리를 한다.
 
한명순이 경기산타령을 불러도 되고 황용주가 놀량사거리를 불러도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문화재 종목일 경우 그 고유성을 간직한 쪽이 정통 계보가 됨은 상식적이고도 자명한 사실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서 문화재를 보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과거로부터 전승된 바로 그 형식과 형태를 존중하여 원형 그대로 전승함이 목적이 아니던가? 그런데 정통이 아닌 쪽에서 정통을 주장하며 다른 한 편의 전승을 가로막는 것은 종목 이기주의라 아니할 수 없으며 독선이며 독단이다. 이것은 국악 발전과 무형문화재 종목의 전승이라는 대의명분에서 크게 어긋난 처사인 것이다.
 
아래는 한명순과 이문주가 2012년 중요무형문화재 심의를 받을 때 황용주의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산타령보존회가 문화재청에 제출한 의견서 요약이다.(2013년 문화재위원회 1차 회의록. 문화재청 자료. 요약은 문화재청)

ㅇ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산타령보존회 의견 제출(요약)
-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산타령은 경·서도선소리산타령을 잘 전승시켜 오고 있는데 갑자기 서도선소리산타령에 대한 신규종목지정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음.
 ·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의 경·서도창이 거의 같이 전승이 되었음
 · 문화재 지정 당시 경기·서도선소리산타령을 같이 지정하였음.
 · 선소리산타령 지정 당시 문화재청에 경·서도산타령의
녹취된 음원이 제출되었음.
 · 문화재 지정 후 34년 동안 전승·보급시켰는데 이제 와서 신규종목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임.
 · 현 보유자 황용주는 서도지방의 명인에게 서도선소리산타령을 배웠으며, 경·서도선소리산타령을 학술적인 교재로 전승시키고 있음
 · 전승시킨 제자들과 보급 차원에서 공개행사(발표공연)를 계속하였으며, 현재도 오직 전승교육 및 저변확대에만 힘쓰고 있음
- 30여년을 넘게 전승시켜온 종목을 이제 와서 재평가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일방적으로 분리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분열을 조장하는 처사이므로 선처해주기 바람.

위의 내용을 보면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사실이 아닌 진술이 있다. "문화재 지정 당시 경기·서도선소리산타령을 같이 지정하였음"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현 보유자 황용주는 서도지방의 명인에게 서도선소리산타령을 배웠으며"라고 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서도지방의 누구에게서 배웠다는 구체적인 이름을 적시하지 않으면 문서의 신빙성에 의심을 받기 쉽다. 즉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국가 관청에 공식적으로 제출한 이 문건조차도 허위진술이 있기에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서도산타령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위의 문서는 믿음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황용주는 38년 동안 경기산타령 보유자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이 정통성이 없는 놀량사거리(서도산타령)까지 자신의 종목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6.글을 마치며-명예로운 길을 위하여

앞서 언급한 2016년 6월16일 소월아트홀 중요무형문화재 제 19호 경기선소리산타령 발표 공연 프로그램에서 예능보유자인 황용주는 인사말씀에서 "요근래에 와서 다행히도 무형문화재 보존 전승의 정부 시책에 힘입어서 이 선소리 산타령이 국가 무형문화재 제 19호로 경기선소리산타령과 서도선소리산타령이 아울러 지정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말은 대단히 교묘하다. 황용주는 1968년 경기산타령이 문화재로 지정될 당시부터 경기산타령과 서도산타령이 다 지정되었다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인사말씀에서 요근래에 다시 둘 다 지정되었다고 밝히는 것이다. 요근래가 언제인지, 근거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어쨌거나 "우리가 다 한다, 이는 문화재청에서 확인한 바 있다"고 하는 셈이 된다. 이는 대단히 무책임한 발언이며 불확실한 진술이다.
 
간단히 말하면, 황용주는 과거에는 경기와 서도로 다 지정받았다고 말하다가, 최근에 와서는 요근래에 새로 문화재청으로부터 서도선소리산타령까지 같이 지정받았다고 말하는 셈이 된다. 이 진술은 자가당착인 바 과거의 진술(원래 같이 지정받았다는 말)이 허위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말이 되며, 또 근거를 밝히지 않음으로 해서 대단히 신빙성이 없는 말이 되어 버린 것이다. 때문에 이 진술은 "다른 서도산타령은 정통이 아니다"라는 말로 유추해석이 가능한 바, 한명순·이문주의 정통에 대한 폄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때문에 진위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만 하는 묵과할 수 없는 진술인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요청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19호 예능보유자인 황용주는 첫째 중요무형문화재 선소리산타령이 1968년 문화재로 지정될 당시 경기와 서도 모두 받았다고 하는 데, 그 근거를 밝히라는 점. 둘째 프로그램에서 요근래에 아울러 지정받았다고 하는 데,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밝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명이 없다면 황용주의 주장은 거짓이 됨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필자는 서한범 명예교수에게도 요청한다.
 
2016년 6월16일 소월아트홀 중요무형문화재 제 19호 경기선소리산타령 발표 공연 프로그램 축사에서 서술한 이능화 관련 내용을 근거를 밝혀라는 것이다. 서교수는 "1927년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는 경기산타령은 불규칙 리듬이 많고 비교적 느리고 매끈한 반면, 서도산타령은 규칙적이며 템포가 빠르고 요성이 격렬하다는 점을 들면서 '서도산타령은 경기산타령의 변형'이라고 기록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능화 저술 『조선해어화사』 어디에 이런 기록이 있는가? 찾을 수 없다면 서교수의 글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통적으로 내려온 우리의 문화는 소중하기 그지없다. 그것이 있기에 우리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이 땅에 태어날 후손에게도 자랑스러운 전통 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 헌법 제 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가 명문화되어 있다. 이 헌법 조항에 따라 문화재보호법과 무형문화유산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가동 중이다.
 
무형, 유형의 문화재 모두 소중하고,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하는 국가지정, 혹은 지자체 지정 문화재는 더욱 소중하다 할 것이다. 이런 대의명분을 망각하고 문화재 종목을 사유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단연 배격함이 마땅하다. 이는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와 헌법정신에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한 평생을 문화재 종목에 종사하면서 국악 발전에 기여한, 인간문화재로도 불리는 명예로운 예능 보유자에게, 그리고 국악 발전에 한 평생을 노력한 명예로운 한 학자에게 드리는 고언(苦言)이기도 하다. /하응백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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