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의 해법을 놓고 분열상을 보여 온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 외교장관이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집결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이날 개막하는 아세안 관련 연례외교장관 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쟁점은 PCA 판결과 관련해 아세안 회원국들이 일치된 목소리를 낼 것인지다.

하지만, AFP 통신 등 외신은 아세안 국가 외교관들이 전날 밤늦게까지 공동선언문 초안 작성을 위한 사전 접촉을 벌였으나 대표적 친중국가인 캄보디아의 반대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는 2012년 자국에서 열린 연례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동선언문 발표를 끝까지 반대해 무산시킨 바 있다.

아세안의 의사결정 원칙은 '만장일치'이기 때문에 10개 회원국 중 단 한 국가만 반대해도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아세안은 지난 19일 PCA 판결 직후에도 공동성명을 내는 방안을 논의하다 포기했고, 지난달 중국과의 외교장관 특별회의에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공세에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가 돌연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만, 역시 친중 국가로 분류되는 라오스는 캄보디아와 달리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원론적 내용으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의장국인 라오스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중국 편을 들어 공동선언문 채택이 무산될 경우 외교적 비난을 면키 어려운 데다, 캄보디아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만큼 굳이 앞장서 반대할 실익이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선 아세안이 어떠한 형태로든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고 넘어갈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천 비엣 타이 베트남 전략연구소 부소장은 "(PCA의 남중국해 판결 같이) 중대한 국제적 사건은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라오스가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하느냐와 나머지 회원국이 회의의 성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라고 말했다.

아세안이 친중과 반중으로 나뉘어 주요 사안에 대해 입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지역공동체로서의 가치와 입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아세안 회원국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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