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기준(70) 전 롯데물산 사장의 구속을 발판 삼아 거액의 소송사기에 연루된 '윗선'을 차례로 조사할 방침이다.
24일 주요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번 주에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을 소환하는 방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이 허위 회계자료를 토대로 정부에 세금 환급 소송 등을 제기해 2008년부터 작년까지 법인세와 가산세, 주민세 등 253억여원을 부당하게 환급받은 사건에 관여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다.
정부 상대 소송사기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기 전 사장은 2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됐다.
허위 회계자료가 만들어진 회사는 롯데케미칼에 합병된 KP케미칼이었다. 기 전 사장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대표이사를 맡다가 롯데물산으로 옮겼고 허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넘겨받았다.
허 사장은 세무당국 등을 상대로 낸 소송 서류에 대표이사로서 이름을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이 여러 차례에 걸쳐 거액의 세금 환급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허 사장이 개입했거나 관련 사항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전임자인 기 전 사장은 검찰에서 "소송의 내용이나 진행 경위를 모른다"는 취지로 사건 연루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구속됐다. 수감 상태인 기 전 사장은 이날 검찰에 다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허 사장을 상대로 세금 환급 소송에 개입했는지를 조사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롯데케미칼 공동대표이사인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에게 관련 사항을 보고했는지도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 소송사기 외에도 그룹 내 비자금 조성 및 계열사 부당거래의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돼 출국금지된 상태다.
검찰은 신 회장의 측근 인사들로 꼽히는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사장)과 이원원 정책본부장(부회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등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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