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정치권에서 천문학적인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재원조달방안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복지확대를 위한 세금인상은 필연적이다. 어떤 세금을 인상해야 하는가가 쟁점이다.

세금인상 할 수 있는 세목으론 소득세, 법인세, 소비세등이 있다. 개별 세목의 인상으로 똑같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해도, 국가경제에 주는 영향은 차이가 있다.

가장 좋은 세금인상 정책은 같은 재원을 확보할 때 국가경제에 주는 부작용이 가장 적은 세목을 택해야 한다.

세가지 세목 중에서 가장 부작용이 적은 세목은 무엇일까? 모든 세금은 경제주체들의 경제행위를 왜곡시킨다. 예컨대 저축에 세금을 높이면, 저축을 줄일 것이다. 소비에 세금을 올리면, 소비를 줄일 것이다.

모든 세금은 국가경제에 해롭다. 세목마다 해로운 수준이 각각 다르다. 재정학에선 각 세금의 1억원당 국가경제에 해를 끼치는 비용의 순서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가장 낮은 순서로 나열하면, 소비세, 소득세, 법인세다.

복지재원에 추가적으로 1조원이 필요하면, 소비세 인상을 통하는 방법이 국가경제에 해로운 정도가 가장 낮다.

법인세를 통한 재원확보는 국가경제에 끼치는 폐해가 가장 높다. 가장 비싼 재원조달 방법이다.

한국은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대중적 선호를 조사하면, 재정학에서 제시하는 방향과 완전히 거꾸로 간다. 법인세, 소득세, 소비세 순서다. 법인세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재정학이란 엄격한 논리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방향과 완전히 거꾸로 가면, 한국의 미래경제는 어렵게 된다. 재정학은 이성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방향을 제시한다. 대중들이 인지하는 수준은 특정 세목에 대한 감성적 치우침이 매우 크다.

재정학이란 전문분야의 지식이 한국에선 정책방향을 설정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경제는 이성적인 영역이며, 감성적으로 치우치면, 반드시 미래에 댓가를 치르게 된다. 법인세 정책에 대한 논리를 쉽게 국민들이 감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법인세 정책은 국가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법인세 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국가미래가 있다.

우리나라는 법인세를 재벌 세금으로 생각한다. 재벌은 경제적 강자이면서 소수인 반면, 대부분 국민은 경제적 약자이지만 다수다.

재벌이 가진 돈 조금 더 뺏는 정책은 경제적 약자인 다수 국민에게 인기정책이다. 경제배분 구조에서 나타난 인간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집단이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분열의 정치를 해야 사적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면, 그 합리성을 따지지 않는다.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국가미래에 해가 되는 정책도 경쟁적으로 도입하려는 집단이 정치인이다.

국가미래를 위한 법인세 정책을 펴기 위해선, 우선 '법인세=재벌세'라는 등식을 깨야 한다.

'법인세는 궁극적으로 누가 부담하는가'는 재정학에서 60여년 동안 연구되어온 중요한 연구과제다. 결론은 단순명료하다. 법인세는 재벌이 부담하는 세금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세금이다.

재벌에 대해 배가 아프면, 재벌이 부담하는 소득세를 올리면 된다. 우리나라 소득세 부담구조를 보면 최고 상위층 1%가 전체 소득세의 43%를 부담하고 있다. 법인세는 재벌과는 별개의 세금이다.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이다.

형평성이 중요한 정책목표인 유럽국가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은 단일세율의 법인세제를 채택하고 있다. 법인세를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보면, 누진구조는 논리에 맞지 않다.

우리나라는 두단계였던 법인세율 구조를 2012년에 세단계로 바꾸었다. 잘 나가는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등 재벌에 대해 더 높은 세금부담을 시킨다는 논리다. 높아진 세금만큼, 주주, 종업원, 소비자, 자본가 등에게 전가된다는 경제적 논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법인이 부담하는 세금이고, 법인 중에서 강자는 재벌이므로, 법인세를 누진구조로 강화하는 것이 옳다는 정치적 선동꾼들의 논리가 더 잘 먹힌다.

법인세가 단순히 논리상 진영을 가르는 정책이면, 어떤 방향이라도 문제없다.

법인세는 국가경제의 미래를 결정한다. 경제의 미래가 나빠지기를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법인세를 재벌세로 인식하고, 누진구조로 강화하면 할수록 좋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파급되고 있다. 그 틈새에서 정치인들이 선동하고 정치적 이권을 챙기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세계는 경쟁전쟁 중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법인세는 다른 세목과 달리 국제간 세율인하 경쟁이 치열한 세목이다. 전 세계 기업은 글로벌화한 시장구조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 정부도 기업못지 않게 정책으로 경쟁을 한다.

기업은 제품과 가격으로 경쟁한다. 정부는 기업에 더 좋은 경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경쟁을 한다. 기업환경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 중의 하나가 법인세이다.

법인세가 높은 국가에서 낮은 국가로 기업이 이동하는 것은 자연계의 물 흐름과 똑같다.  법인세가 낮아지는 것은 자연계 법칙처럼, 개방화 시대에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

법인세 정책은 각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하던 시대에서, 경쟁국가의 추세를 보면서, 탄력적으로 인하할 수밖에 없는 국제간 규범이 되고 있다. 조세경쟁의 결과로서, 법인세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법인세율 정책도 국제조류를 따르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소위 경제활성화를 국가정책의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국가치고 법인세를 인하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세계 어디에서도 법인세를 인상하려는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없다. 법인세가 국가경제에 주는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율 인하정책은 재벌에 특혜주기 위함이 아니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이다.

부자감세가 아니고 감세해서 국민들이 부자되자는 '감세부자'가 옳은 표현이다. 심지어 형평을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조차도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법인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다른 선진국가들에 비해 너무도 편협되고, 왜곡돼 있다. 우리도 법인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선진국들의 추세에 동참할 수 있다. 법인세를 소득재분배 수단으로 생각하는 인식구조 속에선 한국의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법인세 인상을 하는 국가인 한국, 정책 외톨이 한국이 되어선 안된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이 글은 한국경제연구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