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저축은행 사잇돌 대출' 출시…보험료 둘러싸고 갈등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사잇돌 대출'이 연착륙 중인 가운데 저축은행 등 상업적 서민금융기관들이 중금리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제는 시장 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신용평가모델 수립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저축은행들은 오는 9월 출시되는 저축은행용 사잇돌 대출을 시장 성숙의 계기로 삼고 싶어 하는 눈치지만 보험료 산정을 둘러싸고 서울보증보험과 마찰음이 발생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출시된 중금리 상품 '사잇돌 대출'은 출시 후 보름간 총 3163건, 323억 8000억 원의 판매실적을 보였다. 사잇돌 대출은 그간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들었던 신용 4등급 이하 대출소비자들이 9개 은행에서 연리 10% 대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최대 2000만원까지 제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 지난 3월 2일 최종구 SGI서울보증사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왼쪽부터)이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및 MOU체결' 현장에서 양해각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판매실적 내용을 상세히 보면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024만 원을 기록했고, 대출 금리는 연 6∼8%대가 77.8%로 대다수였다. 또한 73.2%의 대출자들은 최장 만기인 5년 분할상환 방식을 선택했다. 

사잇돌 대출의 흥행에는 금융 당국의 지원이 한몫을 했다. 서울보증보험과 보증보험 협약을 맺고 연 10% 내외 금리의 사잇돌 대출을 출시했다. 대신 공급 한도를 5000억 원으로 제한했다.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잔액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5000억 원 소진 이후의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오는 9월 이후 부산‧경남‧대구‧광주은행 등 4개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에서도 사잇돌 대출이 출시될 예정이지만 자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이 아닌 이상 이것도 근본적인 대안이 되긴 힘들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이 서민에 대한 중금리 신용대출상품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저신용자들에 대한 신용등급 세분화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3일 '상업적 서민금융기관의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우선 신용도가 낮은 서민에 대한 신용정보를 축적해 7등급 이하 고객의 신용등급을 세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소금융 등 정책서민금융기관들을 활용해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10%대 초반의 금리로 서민들에게 대출을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금리 대출시장은 전통적으로 저축은행을 비롯한 서민금융기관의 시장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잇돌 대출이 출시되기 전까지 '중간 정도의 금리'는 사실상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4~7등급 소비자 역시 8~10등급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연 20%가 넘는 고금리를 감당해야만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상품한눈에' 등을 출시해 각 저축은행들의 대출이자 현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해 경쟁을 유도했지만 금리 인하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

이와 관련 금융연구원 손상호 연구위원은 2010년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미소금융'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미소금융의 경우 과거 은행에서 거래하지 않았던 서민고객들을 상대로 간단한 정량분석과 사업자의 태도나 상환의지 등 정성적 정보를 이용해 4%대의 부실률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손 연구위원은 "서민에 대한 신용등급 산정에선 정성적 정보가 중요한데 정성적 정보는 거래처를 수시로 방문해 판매 여건과 사업자의 자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되는 관계금융형"이라면서 "중금리대 서민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관계금융이 필수 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은행들처럼 고객들의 표본이 많지 않아 이미 정성적 평가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은행 고객 위주로 산정되는 신용등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까지 대출이자 산정에 반영하다 보니 금리가 높아지는 속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오는 9월 5000억 원 한도로 출시되는 저축은행용 사잇돌 대출상품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잇돌 대출이 저축은행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키고 신용정보 축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시중은행에게 4%의 보험료를 적용하고 있는 서울보증보험이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5~7%를 요구하고 있어 애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보증보험 측은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5~7% 보험료에 연금리 15%대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1금융권과 2금융권의 고객이 엄연히 다른 만큼 보험료 차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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