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국민연금이 공매도 등에 쓰일 수 있도록 빌려준 주식이 7000억원 어치를 넘어섰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국민연금은 216개 종목의 주식 7180억원어치를 타 기관에 대여 중이다.
대여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호텔신라 주식이 74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호텔신라 대여 수량은 약 104만주(지분율 2.61%)다.
이어 OCI(278억원), LIG넥스원(231억원), 카카오(217억원), SK디앤디(192억원), 대웅제약(176억원), 한미약품(172억원), 인트론바이오(155억원) 순으로 주식 대여액이 많았다.
한국콜마(150억원), 삼립식품(147억원), 종근당홀딩스(134억원), GS건설(121억원), 한전기술(119억원), CJ E&M(115억원), 한미사이언스(115억원), 코스맥스(109억원) 등도 대여액이 100억원을 넘겼다.
주식 대여는 보유 주식을 빌려주고 일정한 이자를 받는 거래 형태다. 기관 투자가들은 이렇게 빌린 주식을 공매도, 바스켓 구성, 담보 제공, 증권 결제 등에 활용한다.
국민연금이 빌려준 주식이 모두 공매도 세력에 활용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에서는 대여 주식이 대체로 공매도에 쓰인다고 보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판단한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실제 떨어졌을 때 사 되갚는 투자 기법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주로 한다.
실제 최근 공매도 잔고 공시제가 시행되면서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피엘씨,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도이치방크 에이지 등 글로벌 증권사를 통한 공매도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상승 흐름을 꺾고 하락기에는 주가 하락을 가속화시킨다는 이유로 공매도에 강한 반감을 품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액은 평균 잔고를 기준으로 2013년 4250억원, 2014년 6692억원, 2015년 6979억원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에만 국민연금은 주식 대여로 19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500조원이 넘는 기금을 굴리면서 작년 한해만 21조7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점에 비춰보면 매우 미미한 액수라는 지적이다.
박용진 의원은 "국민의 미래 재산을 수탁받아 운영하는 국민연금이 전체 수익 규모에 비하면 '푼돈' 수준인 이자 수익을 내려고 외국인이 대부분인 공매도 세력에 주식을 빌려주는 게 바람직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주식 대여 시장의 구조가 복잡해 현실적으로 빌려간 기관이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는지 알 수는 없다"며 "지난해 전체 국내 주식 대여 시장이 53조원에 달한 만큼 국민연금의 비중은 1.3%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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