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최종 의장성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시작될 본회의 이후 올해 의장국인 라오스는 각국 외교수장들의 발언을 토대로 중지를 모아 의장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장성명을 통해 남북은 물론 주요국들의 치열한 외교전 결과가 여과 없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시각 현재까지 각국은 라오스가 마련한 의장성명 초안에 의견을 제기하며 문안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 등이 의장성명 초안에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관련 내용을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일본 NHK는 의장성명 초안에 사드 배치 계획과 관련해 “복수의 외무장관이 그 계획에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주장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는 또 초안에 최근 잇따른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 “대부분의 외교장관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복수의 외교장관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5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2년만에 마주했다. 리 외무상과 왕 부장은 이날 낮 12시쯤부터 약 1시간가량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NCC)에 마련된 회의장에서 양자회담을 가졌다./사진=연합뉴스

의장국으로서 성명 문안 작성을 책임진 라오스가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을 적극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때 상대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및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는 비중이 줄어들 수가 있다.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에는 남북과 미·중·일·러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27개국이 참여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북핵과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할 계획이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이번 다자외교가 데뷔 무대로 회의에 앞서 공개 발언에 나설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ARF 환영 만찬 참석 후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내일은 말씀 들을 수 있을까요”라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 앞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시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고, 이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다툼인 만큼 이번 회의에서도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한중 회교장관회담에서도 사드 배치에 강한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낸 바 있다.

이번 ARF 회의 테이블에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이슈들이 많이 나온 만큼 의장성명 도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의장성명은 모든 참가국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채택할 수 있는 구조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ARF 외교장관 회의 때는 회의 종료 이후 나흘만에 의장성명이 채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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