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거악 비리 원천차단, 정치인 로비 면죄부 보완시급
'김영란법'(부정청탁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예정대로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의 조항에 대한 일부 단체등이 제기한 위헌소송에 대해 모두 기각및 각하처분했다. 위헌소송은 대한변호사회와 한국기자협회등이 제기한 바 있다. 헌재가 예상대로 총대를 매지 않았다.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을 할 경우 후폭풍을 헌재가 감당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은 금품및 선물상한액이었다. 국민권익위는 구체적인 시행령으로 식사비 상한액 3만원, 선물상한액 5만원, 경조사비한도 10만원으로 각각 규제했다.

명절과 휴가철등에 집중적으로 팔리는 농산물과 수산물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됐다. 굴비와 조기, 한우, 홍삼, 화훼등의 경우 10만원이상 하는 게 많다.

   
▲ 헌법재판소가 28일 대한변협등이 제기한 김영란법 위헌소송에 대해 각하및 기각처분을 내렸다. 김영란법은 9월 28일부터 원안대로 시행된다. 반부패 선진사회로 가는 중요한 잣대가 마련됐다. 박한철 소장이 헌재 결정을 위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어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생계를 위협한다고 연일 시위를 벌였다. 정치권도 표를 의식해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예외적용을 주장해왔다.

헌법재판관들은 김영란법의 취지를 그대로 존중했다. 부패척결과 투명사회를 취지로 내세운 김영란법을 후퇴시킬 경우의 부담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위헌결정시 자칫 '부패헌재'로 유탄을 맞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한 김영란법 원안에 문제가 없다고 본 셈이다.

국민들은 공직자와 정치인, 언론인들 등 소위 기득권세력의 각종 비리와 부패, 이권개입, 인사청탁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절대다수가 고위층과 정치인, 언론인에 대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공직을 이용해 수백억원대 치부를 한 진경준 검사장과 그의 뒤를 봐준 김정주 넥슨회장, 벤츠여검사, 전관예우를 최대한 활용해 수백억원대 재산가가 된 홍만표 변호사등은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지도층의 도덕불감증과 부정부패에 대해 분노가 치솟고 있다.

김영란법은 대한민국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척도다. 선진국 수준의 투명사회, 청렴사회 건설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김영란법은 아시아권에선 가장 투명하고 선진화한 반부패 법이다. 잘 정착되면 사회적 자본이 제고될 것이다.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다. 국가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외국인 투자에도 청신호가 켜진다.

중국 시진핑 주석도 김영란법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시주석은 한국에선 직무와 관련없이 100만원을 넘은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한다는 김영란법을 인용했다. 시주석은 부패한 호랑이를 청소하는 개혁작업을 대대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중국지도층의 부패는 최대 조단위로 급상승한다. 시주석은 김영란법의 강력한 반부패 척결 의지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한국은 부패지수에서 낙제점 수준이다. 김영란법은 외국인들의 불신감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부패인식 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 167개국 중 37위를 차지했다. 중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시아 국가중 싱가포르 홍콩 일본 대만에 비해서도 낮다.

홍콩의 한 컨설턴트회사가 조사한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 선진국 중 부패지수가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홍콩 일본 호주 등에 비해 부패정도가 두세배 더하다는 것이다. 뇌물수수 관행이 심각하고, 부패에 대한 솜방망이처벌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이 청렴사회로 가는 길은 아직 멀다. 외국정부와 기업인, 컨설턴트에 비친 한국은 여전히 부패후진국으로 분류된다. 창피한 일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김영란법이란 배는 9월말이면 출항한다. 반부패 청렴호는 거친 바다로 나갈 것이다. 각종 애로사항과 불만, 농어촌주민들의 생계위협 아우성 등 숱한 풍랑이 다가올 것이다.
한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선 김영란법으로 11조원이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보완돼야 할 것도 많다. 그동안 언론인과 사립학교교원들을 포함하는 게 타당한지를 두고 심각한 논란이 제기됐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한 것에 대해 사법의 공법화를 가속화한다는 반론이 많았다. 헌재는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공직자등의 배우자가 금품수수 사실을 인지했을 때 신고를 의무화한 것도 양심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이견도 있었다. 형사처벌 대상과 행위의 포괄적이고 모호함도 불만이었다.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에 대해 지나치게 재량권을 주게 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법 적용대상자가 수백만이나 된다. 

앞으로 누구와 밥을 먹어야 하는지, 얼마큼 부담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금품종류와 모임의 성격, 참석자, 상대방과의 관계로 인해 법적용여부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매뉴얼이 모든 관공서와 기업, 언론사, 학교 등에 ‘국민필독서’로 비치돼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직사회에서도 '김주사앱'이 필수앱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에 있는 김영란법 관련 앱을 다운받아 각종 식사및 모임 대상자, 누적 금액 및 만남 시간  등을 체크하는 것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김영란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신종 민간사찰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걱정했다. 공무원, 정치인, 언론인, 교원등을 대상으로 미행하고, 몰카를 동원해서 찍으려는 신종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영란법은 시행을 하면서 보완할 것은 보완해야 한다. 죄형법정주의 위배 논란과 신종 감시사회 도래, 사법의 공법화, 검찰및 경찰의 자의적 권한 남용 , 자유민주주의 후퇴, 언론사의 자기검열 강화와 언론 보도및 취재의 통제 논란 등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선하면 된다.

김영란법의 최대 허점은 정치인의 이해충돌이 빠졌다는 점. 여야는 이해충돌 대상에서 자신들은 제외했다. 지역구 주민들의 각종 민원과 청탁을 들어주는 것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의원들이 각종 로비를 공익으로 포장한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들의 로비는 절대 공익이 아닌, 사익 그 자체로 점철돼 있다.

정치인들이야말로 각종 인사및 이권청탁을 남용하고 있다. 적지않은 의원들이 금품수수비리로 사법처리되고 있다. 의원들이 이해충돌 대상에서 제외되면 김영란법의 중요한 적용대상이 사라지는 셈이다.

여야의 후안무치한 야합이 김영란법을 반쪽짜리 반부패방지법으로 전락시켰다. 20대 의원 중에서 금품수수로 처벌받았다가 특사로 풀려난 정치인들이 있다.

김영란법 법취지는 백번 옳다. 법적용 대상은 좀더 촘촘하게 다듬어야 한다. 명확해야 한다. 핵심인 정치인의 이권및 청탁등도 규제대상에 묶어야 한다. 정치인야말로 우리사화에서 청렴도가 가장 뒤진 집단이다.  

여야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김영란법 보완TF를 꾸려야 한다. 시행이후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최적의 보완책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김영란법은 대한민국의 청렴도 제고및 반부패 개혁, 국가이미지및 대외신인도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선진국으로 가는 결정적인 잣대가 될 것이다.

부문적인 부작용과 문제점을 잘 기우면 된다. 김영란법은 거대한 한국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혁명적인 청렴 개혁태풍을 몰고올 것이다. 헌재가 김영란법의 위헌소송을 기각한 2016년 7월 28일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매우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