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올해 상반기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각 산업을 대표하는 국내 주력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늘었다.
29일 에프엔가이드의 집계를 토대로 지금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가운데 상반기 매출이 5조원 이상인 업종별 대표기업 22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올해 상반기 총 매출 387조6017억원, 영업이익 32조4462억원, 당기순이익 24조46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제자리인 반면, 영업이익은 6.1%, 당기순이익은 2.8% 증가한 것이다.
분석 대상 기업은 현대중공업, 삼성물산, LG전자, LG상사, 네이버, 효성, 현대글로비스, 기아차, 삼성전자, 두산중공업, SK이노베이션, LG화학, 에쓰오일, 현대건설, 현대차, 현대제철, 두산, 포스코, SK텔레콤, 포스코대우,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22개사다. 네이버는 매출이 5조원 미만이지만, 인터넷 대표기업으로 포함했다.
22개사 중 13개사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늘었고, 1개사(현대중공업)는 흑자로 전환했다. 7개사는 영업이익이 줄었고, 1개사(삼성물산)는 적자로 전환했다.
분석 대상 기업 3곳 중 2곳(63.6%)이 작년보다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9분기 만에 최대 영업이익(8조1400억원)을 거둔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21개 기업의 실적을 보면 평가가 달라진다. 매출 합계 286조8824억원, 영업이익 합계 17조6264억원으로 작년보다 1.7%, 0.4%씩 감소했기 때문이다. 큰 폭은 아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뒷걸음질 친 것이다.
삼성전자 등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대체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로 인한 착시 현상인 셈이다.
22개 기업 중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LG전자(98.39%)였다. 전략 스마트폰 G5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MC 사업본부가 1500억원대 적자를 냈는데도 TV와 가전 부문의 선전으로 이를 거뜬히 만회한 것이다.
그 뒤로는 LG상사, SK이노베이션, 네이버, 두산중공업, 에쓰오일, 두산,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LG화학이 차례로 2∼10위를 차지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현대제철, 포스코대우, 현대자동차, 포스코, SK텔레콤 등 7곳은 영업이익이 줄었다. 이들 기업은 대체로 매출액 규모도 감소해 국내외 시장에서 전체적으로 사업이 쪼그라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와 정유, 석유화학 등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영업이익을 올리며 간판 전자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그러나 올해 2분기 13분기 만에 최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조9494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번만큼 고스란히 까먹은 셈이다. LG디스플레이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조1481억원 줄어드는 등 전자업종 기업 간에도 희비가 갈렸다.
자동차업계는 신흥시장 경기 침체로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진 가운데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차 출시 효과로 내수 판매가 받쳐주면서 선전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3조1042억원으로 2347억원(7.0%) 감소한 반면, 기아차는 1조4045억원으로 2421억원(20.8%) 늘었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들의 깜짝 실적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 악화로 작년 상반기 3634억원 영업적자를 냈지만, 올해에는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실적 호조와 그동안의 경영 합리화 노력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88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5653억원과 4900억원으로 작년보다 23.9%, 42.8% 증가했다.
정유·화학업계는 저유가 상황에서도 신규 먹거리 발굴과 비용 절감을 위한 설비 투자 등으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모두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인 1조9643억원과 1조1347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달성했다. LG화학과 효성도 16.0%씩 영업이익을 늘렸다.
반면 철강 경기 불황이 계속된 탓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이 각각 5.6%, 9.3% 줄었다. 다만 세계 철강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실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를 뺀 주력 기업 21곳만 따질 경우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의 어려움은 당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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