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토론서 총선책임론·비박단일화 쟁점…개헌론 백가쟁명도
수평시대·호남대표·계파중립·강한정당·어머니 리더십 강조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자 5인은 1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서 주관하는 생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다시금 대(對)국민 '시험의 장'에 올랐다. 지난달 29일 채널A에서 주관한 첫 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오후 5시20분부터 약 70분간 진행된 토론회는 ▲후보자 모두발언 ▲정치현안 OX 문답 ▲새누리당 처방전 ▲후보간 칭찬릴레이 ▲상호토론 ▲추가발언 순으로, 후보자 발언시간이 1분을 넘지 않게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후보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내부 화합과 혁신을 통한 당 재건, 정권재창출을 부르짖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혁신'에 대한 정의, 최근 부상한 현안 등에 대한 시각차와 온도차를 보였다.

◇'5인5색' 30초 모두발언…당대표 적임자 자처

'당 화합, 안정! 변화의 시작!'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첫 발언자로 나선 주호영 후보(기호 4번)는 "무너진 당을 재건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정권재창출을 할 '4번타자'"를 자칭했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 계파갈등으로 어려워졌다. 어느 계파도 없는 중립의 주호영이 당 화합을 이끌 적임자"라며 "원내수석부대표, 특임장관, 정책위의장 등을 역임하며 당을 많이 경험해 당 역량을 최대화할 적임자"라고 중립성과 실무능력을 피력했다.

이어진 순서에서 이주영 후보(기호 2번)는 '대통합의 용광로'를 자처했다. 그는 "통합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대화합을 위해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며 "정책위의장, 해수부 장관을 지낸 5선 의원으로 대선기획단장으로 두 번의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당을 똘똘 뭉치게 해 승리로 이끌 적임자는 저 이주영이다. 당을 구하고 대한민국에 봉사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력이 아닌 국민이 강한 나라!'를 천명한 정병국(기호 3번) 후보는 "20억 이상 소위 '금수저 상속'이 10.3%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 뉴스를 본 국민들은 어땠겠는가. 국민의 불행은 집권여당의 불행으로 연결된다"고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당외 문제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면서 "저 정병국이 당대표가 되면 이런 불평등구조를 바꾸겠다.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는 평등사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뒤이어 한선교(기호 5번) 후보는 '새누리당 간판 교체!'를 내걸고 "다들 장관, 청와대 수석도 지냈지만 전 오로지 '박근혜 대변인' 두번 한 것밖에 없다"며 "당의 새로운 바람을 위해선 사람 교체가 첫 번이다. 당대표가 되면 인적쇄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현(기호 1번) 후보는 자신의 신념인 '섬기는 리더십'을 재차 천명, 깊이 숙여 인사한 뒤 "총선 후 3개월동안 배낭을 매고 전국을 다니며 국민의 소리를 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민들은 새누리당에 대해 '가진 사람들을 위한 정당', '구태정당', '무책임하고 싸움만 하는 정당'이라고 한다. 제가 이런 싸움을 그치게 하고 당을 살릴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개 정치현안 OX 문답…'만장일치' 나온 현안은?

이날 방송 사전추첨에 따라 후보자 좌석은 왼쪽부터 한선교-이주영-이정현-정병국-주호영 순으로 정해졌다. 5인의 후보는 대부분의 현안에 크고작은 의견차를 보였다.

첫째로 '대폭 개각이 당장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한 답은 X-X-X-O-O로 나타났다. 발언기회를 얻은 주호영 후보(O)는 "대통령 임기를 1년6개월여 남겨두고 마지막 전열을 정비할 때"라며 "상당한 개각이 필요하다"고 했고, 한선교 후보(X)는 "대폭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장관 서너명의 중폭 개각"을 주장했다.

둘째로 '적절한 때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이 필요하다'는 데엔 모든 후보가 X를 들었다. 한선교 후보는 "박 대통령의 경우 당청간 갈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얼마 안 남은 기간 중 더욱 뭉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고, 주호영 후보는 "임기말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대통령이 탈당하라는 건 정당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라면서도 "대선 국면을 앞두고 필요하다면, 여야가 그런 환경을 조성하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여지를 남겼다.

셋째는 '다른 당과 대선 연대가 가능하다'는 질의였다. 답은 X-O-X-O-O였다. 범친박계 이주영 후보(O)는 "당 정책 철학을 보면 꼭 여당은 보수, 야당은 진보로 딱 나눠질 구조가 아니다"고 한 반면, 친박성향이 강한 이정현 후보(X)는 "정당이란 건 추구하는 노선이 있고 방향이 있다"고 잘라말했다.

넷째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퇴해야한다'는 질의엔 이주영 후보만이 X를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다. 단순한 의혹제기 차원에서 진퇴를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고, 그동안 우 수석의 사퇴를 주장해온 정병국 후보는 "우 수석을 둘러싼 각종 제기된 의혹만 갖고도 대통령께 엄청난 부담"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섯째는 '대선후보를 당내에서 찾아야 한다'는 명제였다. 모든 후보가 X를 들었지만 온도차가 느껴졌다. 이정현 후보는 "'슈퍼스타K' 방식으로 당외·당내 인사를 다 모셔 몇달간 치열한 정책경쟁을 벌이게 해야한다"고 강조한 반면 정병국 후보는 "최고위원과 대권주자 연석회의체를 만들어 내년 1월부터 전국순회 대권레이스를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문호를 닫아놓지 않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새누리당 처방전은 [    ]다…각 후보의 최우선 가치는

우선 이정현 후보는 [지킬 것은 지키고 고칠 것은 고친]다는 처방을 냈다. 그는 "보수당은 지킬것은 지키는 보수, 고칠 것은 고치는 보수"라는 대전제 하에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가치는 철저히 지켜야 한다"면서 "'가진사람을 위한 당' '구태스럽다' '국민 마음과 멀다' 등 평가에 대해 정말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확실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한선교 후보는 [새 사람]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똑같은 세력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자기들만의 세력을 형성한게 이런 새누리당을 만들었다"며 "나이와 선수는 제가 당대표가 되면 없어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병국 후보는 [갑질청산]을 내걸고 비주류 색을 과시했다. 4·13 총선 참패를 "당의 오만한 갑질 때문이었고, 친박의 갑질과 공천파동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한 뒤, 가진 자들만을 위한다는 "대국민 갑질"을 청산해야 한다며 "사회 만연한 구조를 바꿔 국민 모두가 강한 '수평사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째로 주호영 후보는 [사명감]을 들었다. 그는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정부여당의 일원으로서의 사명감 부족에서 모든 문제가 생긴다"며 "국민통합, 양극화해소, 재벌문제, 안보 모든 것을 여당 구성원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처리하면 계파, 특권, 갑질문제 모두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주영 후보는 [유력한 대선주자]를 화두에 올렸다. 그는 "이것이 없으면 정권재창출의 기대와 희망은 없다"며 당내 광역자치단체장, 전직 대표, 유력 주자를 비롯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을 전부 아울러 "슈퍼스타K든 복면가왕 방식이든 최고의 흥행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질 본격적인 후보자간 상호 토론에 앞서서는 '칭찬릴레이'가 진행됐다. 각자의 경륜과 강점을 들어 이정현 후보가 정병국 후보를, 정병국 후보가 한선교 후보를, 한선교 후보가 주호영 후보를, 주호영 후보는 이주영 후보를, 이주영 후보는 돌고 돌아 이정현 후보를 칭찬하는 '칭찬의 장'이 연출됐다.

◇상호 토론, 이주영 공방의 중심…이정현發 개헌론 백가쟁명도

이날 토론에선 친박계 주류를 향한 총선 책임론 공세를 펴온 후보들이 '공동책임론'을 제기해온 이주영 후보를 집중 공략한 반면, 이주영 후보는 김용태 의원과 '비박 단일화'를 이룬 정병국 후보를 집중 질타했다.

한선교 후보가 이주영 후보를 향해 "출마선언 초기엔 친박핵심 책임론을 아주 강하게 거론했는데 지금까지 진행되면서 좀 퇴색됐다"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한 언론보도를 들어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과 회동했는지 여부도 물었다. 

이주영 후보는 "저는 총선패배에 책임있는 분들은 자숙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고, 그 중엔 친박뿐 아니라 언론에서 분류하는 비박계도 있다"고 반박한 뒤 "서 의원을 만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말로 절 공격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어진 추궁에도 "모두가 책임을 공유하고 자숙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그걸 끄집어내서 분란을 확대재생산시키는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정병국 후보는 정책 현안 질의를 무기로 내세웠다. 그는 "약 4억원 정도 들여야 자식 한 명이 대학을 졸업한다고 한다. 그런데 청년실업자는 120만이라는 통계가 있다. 청년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이주영 후보에게 질의했다.

이주영 후보는 "청년창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실패하고도 계속 딛고 일어서서 도전할 수 있는, 청년벤처 정신을 육성하도록 해야 한다"며 "선진국에 비해 가장 높은 교육비 부담도 절감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병국 후보는 "과거 정책위의장 하시면서 내놓은 정책이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들도 나왔고, 청년실업자도 계속 늘었다"며 과거 제시한 교육정책의 효용 여부와 함께 지난 10여년간 80조원 이상의 예산투입에도 지지부진한 저출산 문제 해법을 물었다.

이주영 후보는 "우리나라 가계지출에 비해 교육비가 7% 들어가고, 일본은 2%, 프랑스는 1% 미만인데 이런 교육비 부담이 높은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했고, 저출산 대책에 대해선 "중앙정부가 하는 (출산률 제고) 사업들을 지방정부가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경쟁을 붙이는 (방안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주영 후보는 자신에게 주어진 3회의 질문 기회를 정병국 후보에게 모두 할애해 단일화 비판 공세를 폈다. 그는 우선 "말로는 친박 당권은 안 된다 하면서, 결국 편가르기를 계속 하고 있는 건 자기모순"이라며 "결국 비박 단일화라는 건 화합과 혁신으로 당의 새출발을 바라는 당원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자 반혁신"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정병국 후보는 "비박계가 또 계파를 만든단 얘기를 하는데, 새누리당엔 계파가 없고 오로지 친박이 있을 뿐"이라며 "김용태 후보와의 단일화는 혁신세력이 합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주영 후보는 거듭 "정 후보는 2014년 경기도지사 당내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남경필 후보와의 단일화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며 "그러나 나중엔 원유철 김영선 의원과 전격적으로 3자 단일화를 했다"고 지적한 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당 사무총장에 있으면서 '야권 후보단일화 연대에 대해선 원칙없는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남이 하는 단일화는 단일화는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라는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정병국 후보는 "이번 김용태와 정병국 단일화는 친박 패권주의에 의해 당이 변화할 수 없을 것이므로 단일화하라는 당원과 국민의 요구이고 저희들이 수용한 것"이며 "혁신이라는 가치중심적으로 뭉치는 게 원칙"이라면서 "이주영 후보가 생각하는 혁신이 따로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한편 이정현 후보는 정병국 한선교 주호영 후보에게 개헌 구상과 관련,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시기는 언제가 좋은가' '어떤 방식의 개헌이었으면 좋겠는가'라는 3가지 공통 질문을 잇따라 던졌다. 후보 본인은 4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우선 실시하고, 여타 개헌 과제는 숙의를 거쳐 완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병국 후보는 "올해 안에 개헌특위를 만들고 내년 4월 국민투표에 부쳐 대선을 치르는게 옳다고 본다. 방향은 분권이다. 권력집중도 막고 지방분권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선교 후보는 "권력구조에 대해선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기에 '왜 당신들이 돌아가면서 그 역할(내치 총리)을 하는가'라는 부정적 입장이 있을 것"이라며 "개헌 시기는 정권 바뀌고 초기에 해야 한다"고 답했다.

주호영 후보는 "4년 중임제를 흔히 괜찮은 제도라고들 하지만 재선이 안 되면 3년짜리 대통령이 나온다"며 "시기와 방법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오랜 논의 끝에 해야지 졸속으로 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신중론을 취했다.

◇30초 마무리발언…결론은 정권재창출

마지막으로 다섯 후보에겐 못 다한 발언을 추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30초씩 주어졌다. 각 후보는 스스로를 국정 안정과 정권재창출을 도모할 적임자라고 앞다투어 피력했다.

첫 순서인 정병국 후보는 "저 정병국은 당대표가 돼서 국민이 원하는 수평정당, 당원중심, 국민이 강한 수평시대를 위해 혁신하겠다. 여러분이 원하는 정당을 만들어 정권재창출을 꼭 해내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이정현 후보는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해방 이래 최초로 보수정당에 호남출신 당대표가 나오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당의 변화에 깜짝 놀랄 것이고 당은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 될 것이다. 호남에서 반드시 20%이상 당 득표율을 내 정권재창출을 이끌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호영 후보는 "당이 계파싸움으로 망했지만 사실 계파싸움을 없앨 순 없다"면서 "계파가 없는 제가 나와 중립적으로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 공천에서 떨어져봐서 그 사정을 제일 잘 아는 제가 해야한다"며 '4번 타자론'를 거듭 강조했다.

이주영 후보는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항을 뺀 이주영은 없다. 136일간 실종자 가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답을 찾아냈다"며 "남은 인생을 국민 위해 바치겠다고 결심했다. 강한 새누리당으로 정권재창출하고 위대한 국민을 행복으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한선교 후보는 "중국 현대사 지도자 중 모택동과 주은래(모택동 대리)를 빼놓을 수 없다. 모택동은 혁명을 완성시킨 강한 아버지이고, 주은래는 그와 같이 나서지 않았지만 어머니와 같은 리더십"이라며 "제가 대표가 된다면 당청이 중요하지만 대통령은 국정, 저는 민심 속으로 뛰어들어 친근한 이미지로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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