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옛 PS자산운용)이 급성장하면서 정관계 인사를 영입해 특혜를 받은 거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 순자산 총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5조3851억원으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 순자산 총액(5조8656억원)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펀드 설정액은 5조2422억원으로, 이미 미래에셋자산운용(4조9270억원)을 앞질렀다.
대출까지 포함한 이지스자산운용의 누적 운용자산 규모는 국내 7조3000억원과 해외 3조원 등 총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2010년 4000억원으로 시작해 2011년 1조6000억원, 2012년 3조원, 2013년 5조원, 2014년 6조8000억원, 2015년 9조원대로 매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6년 만에 25배 수준으로 덩치를 불렸다.
서울 종로의 종로타워·수송스퀘어·트윈트리타워·노스게이트빌딩, 중구의 정동빌딩·씨티센터타워 등 서울시내 중심가와 강남의 굵직한 물건을 잇따라 사들였다.
해운대와 제주 신라스테이, 홈플러스 영등포점, 롯데마트 제주점, 런던 에버셰즈 본사 건물 등 호텔과 유통매장 및 해외 부동산에도 다양하게 투자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지스자산운용이 이처럼 급성장한 데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상적인 영업으로는 기존 대형 운용사들을 일제히 따돌리고 업계 1위를 넘보는 위치에 올라서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설립 초기 매입수수료와 자산운용수수료를 대폭 깎아주는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교란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만 해도 매입수수료는 0.7∼1.0%, 자산운용수수료는 0.3∼0.5% 정도로 정해졌는데 이제는 이보다 낮은 가격에 수수료가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운용사 역할이 크게 필요 없는 유형의 펀드를 제외하고는 수수료를 시장 평균 이하로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외형을 급격하게 키웠지만 수수료 덤핑과 공실 누적 등으로 일부 운용 물건이 향후 부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정도의 '속빈강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 빌딩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신축되고 있는 서울 종로와 광화문 일대 중심가는 입주자 유치 경쟁에 따른 임대료 덤핑 현상과 공실이 만연한 곳이다. 종로타워만 해도 올해 2분기 말 기준 공실률이 30%에 이르고 트윈트리타워 공실률은 25%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의 급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전직 관료와 기업 및 기관 출신 유력 인사를 기관투자자 대상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최대주주인 김대영 사장(경영부문 대표이사)은 건설교통부 차관과 대한주택공사 사장,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이 회사는 2012년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조갑주 사장(국내부문 대표이사)은 삼성생명서비스, 코람코자산신탁 투자본부장 상무를 지냈고, 강연구 공동대표(해외부문 대표이사)는 옛 삼성에버랜드와 국민연금에서 일했던 인물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관계의 유력 인사나 인맥이 넓은 주요 기업·기관 출신 인사를 앞세우면 자금유치나 투자에 나설 때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지스자산운용도 이런 마케팅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사운용 측은 "그런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 전 장관도 세간의 오해가 불편해 사외이사를 이미 그만뒀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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