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부산 해운대 교통사고는 부실 운전면허가 살인면허가 된 어처구니 없는 참사였다. 지난 31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문화회관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을 치는 등 7중 추출사고로 19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 운전자 김 모(53)씨는 뇌전증 환자로 밝혀졌다.  

3일 해운대경찰서 측은 뇌전증 병력이 확인된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경찰은 병원 치료중인 김 씨가 탈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앞서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체포영장을 확보했다.

김씨에게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등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뇌전증 병력을 숨기고 면허를 갱신한 김 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도 추가로 적용할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 교통사고는 현행 운전면허 제도의 맹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운전면허가 아니라 살인면허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력검사만 통과하면 면허가 발급되는 적성검사가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수시 적성 검사 대상자 6146명중 불합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18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나 알코올중독 뇌전증 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1641명 중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고작 6명에 불과했다.

   
▲ 부산 해운대교통사고 현장.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 대상자는 후천적 신체장애자나 정신질환 등으로 6개월 이상 입원해 기관통보를 받은 환자들이다. 그나마 면허 자체를 취소 당하는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증 환자도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질주한다.

부산해운대 교통사고로 운전면허는 한 번 따면 평생 가는 것이 아니라 운전이 힘들면 언제든 반납할 수 있는 것이란 인식과 제도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웃 일본만 해도 지난 1988년부터 '운전 졸업'을 유도하고 있다. 면허가 더 이상 필요 없거나 운전을 할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면허를 반납하는 제도다.

면허 반납자에게는 금리 우대, 대중교통 요금 할인제 등 인센티브를 주자 해마다 2만 명이 면허를 반납하고 있다. 반납자 대부분은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반납은커녕 중증 환자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자기 생명뿐만 아니라 남의 생명도 앗을 수 있다는 운전자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부산 해운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모자의 사연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고 당일 횡단보도를 건너다 참변을 당한 홍모(여·44)씨와 하모(18)군 모자는 아들과 처음으로 단 둘이 휴가를 떠났다 변을 당했다. 어머니 홍씨는 10년 전부터 홀로 아들을 키우면서도 부모님이 사는 옆집으로 들어와 수시로 부모를 돌보는 효녀로 알려졌다. 고 3인 아들도 바리스타를 꿈꾸며 제빵제과 기술까지 배우던 꿈 많은 학생이었다.

날벼락처럼 딸을 잃은 홍씨의 아버지는 "앞으로 김씨 같은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정부가 조처를 해 줬으며 좋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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