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그만" vs "친박 청산" vs "중립 대표"…이정현 "할일없나" 염증도
당청관계 논쟁, '일체론'과 '수평론' 양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8.9 전당대회를 닷새 남긴 4일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들이 벌인 마지막 TV토론회는 각 후보가 가진 계파갈등에 대한 인식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자리가 됐다.

이날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당대표 경선 TV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은 '당내 최대 현안인 계파갈등 해소 대책과 당청관계 재정립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내용의 질문을 받았다.

'범친박' 이주영 후보는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박과 비박간 극렬한 적나라한 싸움 현장을 국민들과 당원들이 지켜보면서 넌더리를 냈다"며 "이번 전대에선 제발 계파싸움을 하지 말자고 했는데 요즘 다시 비박단일화, 친박교통정리 얘기가 나오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계파논리의 등장 자체를 꺼리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가 '비박단일화'를 거론한 것은 전날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가 이번 주말 '특정 후보'(정병국·주호영)간 단일화가 이뤄지면 지지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강성비박' 정병국 후보는 "새누리당엔 친박 외에는 계파가 없다"며 "지난 공천과정을 보면 친박이 막장공천을 했다. 그 결과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친박이 패권주의에 기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가지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야기된 것"이라고 여느때와 같이 친박계를 질타했다.

자신이 중심에 놓인 계파단일화에 논란에 대해선 "친박패권주의 청산을 위해 혁신세력이 연합하는 것을 가지고 또다른 계파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계파논리와 애써 거리를 뒀다.

'원조친박' 한선교 후보는 "계파란 건 사실 YS, DJ 동교동 상도동계같이 보스, 중간보스 등으로 이뤄진 피라미드 조직이 있었지만 요즘은 계파라는 게 있는가 싶다"며 "이번 계파 청산에 대해 바로 강성친박들이 당무 전횡을 보여오고, 공천 관여 의혹이 있는 분들만 당 전면에서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며 "침묵하며 새누리당을 지켜보고 있던 의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된다"고 이날도 '강성친박 2선 후퇴론'으로 일관했다.

'중립비박' 주호영 후보는 "친박 행태는 도를 넘어 자중하고 반성해야 한다. 동지로서 예의를 지키고 어느정도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친박 책임론 공세에 가세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당이든 계파가 없을 수 없다"며 "이번 전대는 계파를 없애자면서도 서로 뒤로는 계파의 도움을 받는다"고 양비론을 취한 뒤 "어느 계파에서 속하지 않고 영향도 없는 중립적인 제가 당을 운영해야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을 구할 수 있다"고 자신의 무계파성을 재차 피력했다.

반면 그동안 '자중론'을 견지했던 이정현 후보는 "정말 할 일이 없어서 계파싸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날 계파의 존재 자체에 대한 '염증적' 질타를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당대표가 된다면 당 의원 모두가 어깨 힘 빼고, 정치쇼는 저부터도 안하고 남도 못하게 할 것"이라며 "현장에서 민심 제대로 파악하고 아침회의, 낮 회의, 밤샘회의, 주말회의 해서 국민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중하면 계파싸움을 할 새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어렵고 무섭고 두려운 호남에서 22년간 선거를 치른 제가 보기엔 계파 이런저런 얘기 하는 것 보면 한심하기 그지 없다. 정말 저렇게 할일 없고 할말 없는가 싶다"며 "국민제일주의로 당 모든 조직이 국민을 모시게 된다면 계파싸움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주호영·이정현·정병국·한선교·이주영 의원은 4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마지막 당대표 경선 TV토론회에 출연해 계파갈등과 당청관계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계파에 대한 입장은 백가쟁명식으로 갈라졌지만, 당청관계 문제에 있어선 일부 후보끼리 의견 일치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큰 틀에서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이정현·한선교 후보는 각각 "당정청은 일체" "운명공동체이자 책임공동체" "동지적 관계"라며 당청 협조를 최우선으로 삼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이주영 후보는 "터무니없이 야당이 공세를 취하거나 발목을 잡으면 당이 일체가 돼서 설득하고 때론 강경하게 막아가야지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공격은 우리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했고, 이정현 후보는 "(집권여당은) 대통령 공약을 국회에서 제대로 뒷받침하고 투쟁하며 성공한 정권을 만들도록 하는 수레 양바퀴"라고 강조했다.

한선교 후보는 "아마도 대통령, 청와대, 정부에 비해 당이 미적거리고 끌려가는 모습이 오해를 낳은 게 있다고 본다"고 비박계와 야권 등에서 거론하는 '수직적 당청관계' 논리를 희석하기도 했다.

반면 정병국·주호영 후보는 지금까지의 당청관계의 성격을 '수직적', '일방통행'으로 규정하고 '수평적' 관계를 주장했다. 친박계가 당권을 잡으면 청와대를 맹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주호영 후보는 "당청관계는 긴장과 협조가 적절히 배합된 수평이 돼야 한다. 지금 국민들이 당청관계에 느끼는 불만은 너무 수직적, 일방통행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친박 중 당대표가 되면 수직적 관계를 벗어날 수 있겠냐 하는 우려가 있고 반대로 개혁한다는 비박계가 되면 과연 협조가 될 수 있을지 걱정도 있다"면서 "중립적인 사람이 당대표를 맡아서 적절한 협조와 긴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자신의 무계파성을 피력했다.

정병국 후보는 이번에도 친박계를 향한 비판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당청관계에서 중요한 건 소통인데, 지금까지 친박이란 분들은 (청와대를) 무조건 따르더라. 잘못돼도 그냥 따르는 것"이라며 "그게 대통령이 곤혹스럽게 되고 여러가지로 평가가 낮게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소통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기준을 거기에 두고, 국민이 원하는 게 뭔지를 대통령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당청관계가 제대로 된 관계"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여론 수용과 전달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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