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현금이 왕이다(Cash is King)"
재테크의 기본 격언인 이 말이 재테크의 '본부'인 은행권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저금리 시대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실행된 자산매각만 해도 예년 전체 수준에 육박한다. 지점 통폐합과 점포 임대도 과감하게 추진 중이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인하가 예측되는 상황이라 이와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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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 은행들의 자산 매각 증가세가 가파르다. 신한‧국민‧KEB하나‧농협‧우리 등 5대 은행들이 추산하고 있는 올해 상반기 부동산 매각 건수는 총 22건에 746억 원 상당이다. /연합뉴스 |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의 자산 매각 증가세가 가파르다. 신한‧국민‧KEB하나‧농협‧우리 등 5대 은행들이 추산하고 있는 올해 상반기 부동산 매각 건수는 총 22건에 746억 원 상당이다.
작년 한 해 내내 진행된 부동산 매각이 22건 702억 원 상당이었음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예년 수준을 압도한 셈이다. 작년 역시 부동산 매각이 활발한 편이었음을 고려할 때 올해 전체 매각 규모는 이른바 '역대급'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권의 부동산 매각은 2013년 180억 원, 2014년 277억 원에 불과했다.
평균치를 끌어올린 주인공은 KEB하나은행이다. 작년 9월 하나은행-외환은행 통합으로 새롭게 탄생한 KEB하나은행은 중복 지점이 워낙 많아 부동산 매각에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EB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길 하나를 마주 보고 구 외환은행 지점과 하나은행 지점이 마주 보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 매각 판단이 빨랐다"며 "올해 상반기에만 7개 지점을 498억 원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만 추산해도 올해 전체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부동산 매각이 이뤄진다는 결론이다. 심지어 하반기에는 더욱 속도를 높여 47개 지점이 통폐합될 예정이다.
은행권의 부동산 매각 '러시'가 비단 KEB하나은행의 특수한 사정에 의해서만 야기된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도 각각 약 81억 원, 73억 원, 41억 원의 자산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권 자산 매각이 하나의 '흐름'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은행 점포 임대 또한 기발한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 동부이촌동지점의 경우 카페 '폴바셋'에 공간을 내줘 카페로도 활용 중이다. 신한은행 또한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편의점 유통망을 활용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보수적인 은행권의 분위기가 무색하게도 고정관념을 깨는 경영방식이 도입되고 있는 것.
현금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은행권의 움직임은 '겉'으로만 보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최근 은행권은 많은 양의 요구불예금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평잔 기준)은 154조 1170억 원으로 이전 분기 133조 3745억 원에 비해 무려 20조 7425억 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17년 만의 최대 규모 증가다. 분기 기준 10조원 이상의 증가세가 있었던 것은 작년 1분기가 17년 만에 처음이었지만 올해 1분기 증가세는 그마저도 넘어섰다. 심지어 올해 1분기 증가액은 1999년 이래로 연간 최대 증가폭을 보인 작년 기록 20조 620억 원조차 훌쩍 뛰어넘었다.
요구불예금의 증가는 가계와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영향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위험 회피성향을 가진 투자자들이 안정성 높은 요구불예금으로 몰리고 있는 것. 은행권 한 관계자는 "요즘 은행들이 특판예금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요구불예금 증가세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 2일 공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향후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음이 확인되면서 연내 기준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효과가 3분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줄줄이 '어닝 쇼크'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경영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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