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파' 천명·TK '몰표' 가능성·정책 실적 등 승리요인 작용한 듯
정병국측 "친박 유권자 역선택" 반발도…이주영 "또다른 비박 패권주의"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주호영(4선·대구 수성을) 의원이 5일 비박계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이로써 당권경쟁 구도는 이정현 이주영 주호영 한선교(기호순) 후보 간 4파전으로 압축됐다.

주호영 후보는 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전대 후보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병국 의원과의 당대표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전날 오후 여론조사를 통한 비박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바 있다.

주 후보는 "화합과 혁신으로 당을 이끌 후보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면서 "화합과 혁신으로 당의 역량을 극대화해 정권을 재창출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당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결과 발표 전까지 이미 한 차례 김용태 의원과의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한 정 의원이 우세하다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사진)이 5일 정병국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에서 승리, 비박계 당대표 단일후보로 확정됐다./사진=미디어펜


우선 주 후보가 당원 비율이 많은 대구·경북을 근거지로 한 게 결정적 승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 후보는 "결과 예상은 제가 여론조사에서 지고 있었기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고 봤다"면서도 "그러나 두 후보 간에만 조사를 벌이고, 당원 비율을 정확히 반영한다면 내가 이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대 당원 유권자의 절반에 달하는 영남권 유권자는 경기 출신의 정 후보보다 주 후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 실제 역대 전대 결과를 보면 영남권에선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났지만 출신성분이 다양한 수도권에서는 뚜렷한 결집이 나타나지 않은 전례가 많다.

주 후보가 비박계로 분류되긴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친박계 비난으로 일관해온 정 후보와 달리 '무계파', '중립'임을 줄기차게 강조해 계파 대립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후보는 당내 혁신세력을 자처하는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의 일원으로 줄곧 청와대는 물론 친박계와도 각을 세워 '강성 비박' 이미지가 굳어져왔다. 역시 강성 비박 성향을 띤 김용태 의원과 후보단일화를 이룬 것도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주 후보가 지난해 정책위의장을 역임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추진과 세월호 특별법 통과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고, 직전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아 테러방지법 통과에 기여한 점 등이 보수 유권자들에게 호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불교계와 친분이 두터운 데다, 계파 대립 등에 말려든 적 없이 원만한 성품으로 의정활동을 해온 점도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후보는 비주류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계파를 주장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지만, 특별히 만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경선 과정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계파논리 자체에 반감을 드러내온 이주영 후보는 비박 후보 단일화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 후보는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는 또 다른 비박 패권주의로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은 망한다"면서 "김 전 대표는 비박계의 수장이 아니라 하나 된 새누리당의 중요한 대선 후보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이번 단일화를 '사전 주문'한 김 전 대표를 겨냥했다.

친박 성향의 이정현 후보와 '원조 친박'을 자칭하는 한선교 후보는 비박 단일화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후보 측 일각에선 단일화 결과에 대해 "비박계 단일후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려고 친박 성향 여론조사 대상자들이 역선택을 한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했지만, 주 후보 측에선 "TK(대구·경북) 유일 후보로서 확장성과 경쟁력이 입증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