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8·9전당대회를 불과 사흘 앞둔 6일 당대표에 주호영 후보, 최고위원에 강석호·이은재 후보, 청년최고위원에 이부형 후보 등 주자들에게 투표하라는 '김무성계 오더 투표' 문자 메시지가 발각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동시에 친박계 핵심에 의한 오더 투표 의혹도 제기됐다.

'원조친박'을 표방한 중립성향 한선교 당대표 후보는 6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수도권 합동연설회에서 "어젯밤부터 날아다니고 있는 문자"라며 관련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는 서울 서초을 박성중 의원사무실에서 당원들에게 돌린 메시지로, 당대표 후보는 비주류 단일후보 기호4번 주호영, 최고위원에는 기호7번 강석호, 여성 최고위원은 기호6번 이은재, 청년 최고위원은 기호3번 이부형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박성중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의 대표적 측근으로 분류된다. 

박 의원은 지난달 14일 열린 지지자 1500여명과 함께한 김 전 대표 전대 승리 2주년 기념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김 전 대표가 용기 있게 나섰다면 더 많은 지지를 받았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과 더 큰 뜻을 위해 많이 참았던 것 아니겠느냐"며 "이것이 지도자의 길"이라고 사실상 '김무성 대망론'을 공언한 바 있다.

한선교 후보는 "특정 후보를 미는 특정 계파의 문자, 이러한 일들을 시작하는 제일 위에 계신분들, 당신들에겐 아직도 새누리당을 절망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그 늪이 있단 말인가. 당신들에겐 당신의 권력, 당신의 정치 외에 새누리당에 뭐가 있단 말이냐"고 질타했다.

친박계 함진규 최고위원 후보도 해당 문자메시지를 거론하며, "위로부터 특정인을 찍으라는 이런 문자를 보내는 일이 당내 민주화인가"라고 반문했다.

김무성계의 오더 투표 뿐아니라,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을 필두로 한 강성 친박계 역시 이정현 당대표 후보에게 물밑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복수의 여권관계자들에 따르면 친박계 강성 의원들은 전날(5일) '이정현에게 힘을 모아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소속 의원 및 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이와 관련, 꾸준히 '대(大)통합'을 강조해 온 이주영 당대표 후보는 김무성계와 친박계를 싸잡아 '오더 정치'이자 '반(反)혁신의 표본'이라고 규탄했다.

이주영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우선 주호영 후보를 겨냥 "겉으로는 단일화 결코 하지 않겠다 말하고 뒤에선 계파 수장의 조종에 따라 비밀리에 단일화를 추진했다"며 "혁신을 말하면서 반혁신하는 이런 후보를 우린 심판해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지금 '오더 정치'를 해서 우려가 많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만약 사실이면 지금 당장 거둬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당원이 주인이 되도록 혁신하겠다면서, 우리 당원들을 졸(卒)로 만드는 것"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는 "오더 정치야말로 반 혁신의 표본"이라며 "지금 우리는 새누리당 분당의 전주곡을 듣고 있다. 계파 양극단의 조종을 받는 당대표가 되면 당은 필연코 분열의 길로 갈 수밖에 없고 대선은 망한다"고 양 계파를 모두 겨냥했다.

반면, '오더정치' 당사자로서 이번 전대 양강 체제에 안착한 주호영 후보와 이정현 후보는 해당 논란제기에 대한 언급 없이 '무계파 대표를 통한 혁신'과 '호남 출신 당대표를 통한 변화'를 각각 역설하며 각자의 지지세 결집에 주력했다.

다만 이정현 후보는 비주류 대표후보로 올라선 맞수 주호영 후보의 단일화를 겨냥, 굵직한 선거때마다 여권의 패배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야권의 후보단일화 행태에 비유하며 공세를 폈다.

그는 19대 총선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광주에 출마해 39.7%를 득표했는데, 야당이 이정현 한 사람을 허락하지 않기 위해 단일화하고, 또 단일화하고, 또 단일화해서 기어코 떨어뜨렸다"며 "이게 참 무슨 팔자인지 모르겠는데 현재 여론조사에서 민심 1위, 당심 1위를 하고 있는 제가 또 단일화하는 후보를 상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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