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부실 여부의 '옥석 가리기'를 한 결과 조선·해운업 외에 전자업종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 3사가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진 것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들은 앞서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1973개사 중 602개사를 상대로 지난 4월부터 재무구조 세부평가를 벌여왔다. 특히 취약업종으로 지목된 조선·해운업종 기업들에 대한 평가를 밀도 있게 진행했다.
금감원의 신용위험평가는 기업을 A∼D의 4개 등급으로 나누고, 이 가운데 C등급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D등급을 법정관리 대상으로 분류한다. C∼D등급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즉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금융기관들이 여신 회수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이번 평가 결과를 업종별로 들여다 보면 전자업종의 부진 지속이 눈에 띈다. 올해 평가에서는 전자업종 5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모두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이다.
업종별로는 조선·건설(각 6곳)에 이어 세 번째로 선정 기업 수가 많았다.
전자업종 5곳은 주로 완성품을 제조하는 글로벌 전자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대형 1차 벤더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복섭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을 제외하고 전자업종을 산업분석 해보면 중국의 추격 등으로 업황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난다는 것은 해당 업종에 취약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선업황의 부진으로 조선 '빅3'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이번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한 곳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은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모두 이번 평가에서 정상 수준인 B등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아직 정상 기업이라는 점에서 당장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수긍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재무구조 악화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우조선은 1조원 규모의 자금이 묶인 해양플랜트 인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 다음달 4000억원의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어서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까지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C등급으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서별관회의 안건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처리방향에 대해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으로 갈 경우 채권단 동의 확보가 어려워 결국 법정관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고,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4조2000억원 규모의 정상화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법정관리 역시 시장 충격 및 금융기관 손실 부담을 고려해 선택지에서 배제했다.
이번 신용위험평가에서도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은 이 같은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장복섭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조선 빅3는 이번 평가와 별도로 주채권은행 요청으로 각자 자구계획을 만들어 이행 중에 있다"며 "채권은행 평가 결과 부실 위험 가능성은 있지만 자구계획 수립과 대주주의 의지, 산업정책적 판단 등을 종합해 B등급으로 분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