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경쟁보다 스포츠축제 인식 탈바꿈 필요
[미디어펜=백지현 기자]“무조건 금메달을 따려고 했는데…”

   
▲ 금메달 제일주의가 ‘작은거인’ 정보경을 울리고야 말았다. 7일(한국시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유도 48kg급 정보경(25·안산시청)이 경기직후 끝내 무릎꿇고 엎드려 통곡했다./사진=연합뉴스

금메달 제일주의가 '작은거인' 정보경을 울리고야 말았다. 지난 7일(한국시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유도 48kg급 정보경(25·안산시청)이 경기직후 끝내 무릎꿇고 엎드려 통곡했다. 이날 정보경은 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개막 후 대한민국에 첫 메달을 안겨준 ‘주역’이었다.  

그러나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아쉬움이 컸던 탓일까. 이원희 코치와 정몽규 한국 대표팀 단장이 “잘했다”고 격려해도 소용없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흐르는 눈물을 참으려 애썼지만, 복받치는 설움은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았다. 

정보경은 뜨거운 눈물을 한껏 쏟아낸 뒤 “무조건 금메달을 따려고 했는데…”라며 “예선전과 달리 결승전에서는 컨디션이 좋아 금메달을 기대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 

정보경은 값진 ‘은메달’을 획득하고도 기쁨은 커녕, 금메달 획득이라는 국민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더욱 가슴아파했다. “결승전 초반에 잠시 경기가 멈춘 것도 내게는 유리했다. 그런데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며 스스로를 거듭 자책했다. 

진종오 역시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탈락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진종오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줄곧 고개를 숙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진종오는 취재진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우리는 늘 올림픽 때마다 반성한다. 그리고 태극전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자라고 다짐한다. 외국 선수들은 금이든, 은이든, 동이든 메달을 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금메달을 못따면 어떠리, 열심히 노력의 댓가가 작더라도 기뻐하는 그들이기에 부럽기만 하다.

올림픽을 메달 경쟁이 아닌 스포츠축제로 인식하는 문화를 본받아한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여전하다.

선수들이 금메달에 도전하는 경기를 보면서 좌절하게 되면 불만과 삿대질은 기본이다. "왜 그것밖에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푸념이다. 자신이 국가대표팀 총괄 감독인양 으스대면서 그들이 흘린 땀의 소중함을 밟는다.

이건 ‘금메달’ 제일주의 탓일 것이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1등’ 제일주의가 스포츠에서도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언론에서도 올림픽기간 너도나도 ‘골든데이’라는 문구를 쏟아내며, 금메달 제일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선수가 흘린 땀과 노력에 대한 조명은 온데 간 데 없고, 금메달 획득 여부에 관심을 쏟는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정당하게 경쟁하는 스포츠축제다. 승리보다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해 달려온 선수들의 땀과 노력에 박수갈채를 보낼 때 스포츠축제로서의 올림픽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노메달 선수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자, 그들 모두는 태극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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