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중 3명도 친박
대권경쟁, 반기문 영입 가능성↑…비박 수장 김무성 '빨간불'
[미디어펜=한기호 기자]8·9전당대회 결과 친박 성향이 강한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의 신임 대표로 선출, 친박계가 당 주도권을 확실히 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신임 대표는 9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제4차 전당대회에서 총 4만4421표를 얻어 3만1946표를 득표한 비박계 단일후보 주호영 의원을 1만여표 차로 가볍게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이날 전대는 친박계의 조직력이 건재함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영·한선교 의원 등 친박계로 분류되는 후보가 더 있었음을 감안하면 비박계와의 표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최고위원 선출 결과에서도 친박계의 강세가 두드려졌다. 선출직 4명 중 3명을 조원진·이장우·최연혜 의원 등 친박계가 차지했다. 강석호 의원만이 비박계로 분류된다.

별도로 선출이 진행된 청년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선명한 보수'를 강조한 유창수 후보가 '김무성계 오더 투표' 논란에서 회자된 이부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비박계의 목소리는 더욱 작아졌다.

이번 지도체제는 당헌당규 개정에 따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개편돼, 이 신임 대표에게 강력한 인사권이 부여되면서 당 장악도 용이할 전망이다. 한편으론 최경환·서청원 의원 등 좌장격 실세 의원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당 운영도 기대해볼만 하다.

   
▲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당대표가 9일 제4차 전당대회가 실시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앞서 그동안 비박계는 4·13총선 참패 이후 '친박계 만이 심판 대상'이라는 여론몰이와 함께 '친박 2선 후퇴론' 주장하는 등 끊임없이 주도권 쟁탈전에 나섰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도 김용태 의원과 정병국 의원이 이같은 주장으로 일관함은 물론, 혁신세력을 자처하며 '계파는 친박 뿐'이라면서 공세를 폈고, 두 차례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주호영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역부족이었다.

대권 잠룡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같은 '비박 단일화'를 물밑지원했고, 단일후보로 확정된 주 의원의 공개지지를 표명했음에도 친박계 후보로 향하는 표를 끌어오지 못했다.

총선심판론으로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친박계의 조직력의 건재함이 드러났으며,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우려도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대권행보에도 큰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민생탐방을 하면서 '대권 몸풀기'를 하고 있던 비박계 수장 김무성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총선 후 3개월여간의 잠행을 깨면서 친박계를 '극우'로 규정하는 발언을 한 바 있으며, 최근 당대표 경선과정에서 비박 단일화를 연달아 주문하고 경선 막바지엔 오더 투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난 4일 박 대통령과 대구·경북(TK) 의원들의 '성주 사드' 관련 청와대 회동에도 전대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것이라며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며 박 대통령과 대놓고 대립각을 세운 바 있어 입지 불안 요소로 꼽힌다.

반면 안정적인 당권 장악을 도모할 수 있게 된 친박계에선 당내 차기 대권 주자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신임 대표부터가 그동안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대권경쟁에 누구든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 방식과 같이 차례로 후보를 탈락시킬 것을 주장한 바 있어 반 총장 영입을 꺼릴 이유가 없다.

여권 내에선 충청 출신인 반기문 총장에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이 결합하는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역대 최초의 '호남 당대표'로 낙점된 이 신임 대표의 지역 지지기반인 호남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것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사령탑인 정진석 원내대표도 충청이 지역기반으로 '반기문 대망론'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편 당청관계 역시 정권 초반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신임 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이 합심해야 한다"고 수차례 공언해온 만큼, 4대 구조개혁 법안 등 각종 정책에 있어 당청간 협조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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