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입지전적 인물 되셨다" 이 "너무나 합리적인 분…존경한다"
"여당 양보해야" vs "대통령도 먹고사는 문제 무조건 협력 약속"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가 취임 다음날인 10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선 덕담과 기세싸움이 공존하는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이정현 대표를 마주하자 "우리 정치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되셨다"며 "당사 사무국에서 출발하셔서 당대표까지 오르고…"라며 덕담을 쏟아냈다.

이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던 이 대표에게 김 대표는 "이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이시니 이번 선거 끝나고 정기국회에서부터 여소야대를 잘 이끌어가려면, 이 대표가 야당과 청와대 사이의 중재역할을 굉장히 잘해줘야 박 대통령도 편하고 국회도 잘 운영될 것"이라며 "많이 노력해줘야 할 것 같다"고 곧장 야당에 대한 양보를 요구하며 기세 싸움을 걸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김 대표께서 잘 이끌어주고 또 지도해주시면 잘 따르도록 (하겠다)"고 응수했다.

김 대표는 거듭 "(여당의 국정운영에) 전적으로 협력할 용의가 충분히 있는 사람인데 여소야대를 극복하려면 여당이 다소 양보를 해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하던 당시 '먹고 사는 문제는 절대 싸우지 않겠다. 정말 조건 없이 협조하겠다'고 늘 말씀했다"며 "먹고 사는 문제는 여야가 우선적으로 다루고 그밖의 정치적·이념적 쟁점은 충분히 대화를 (해야겠다)"고 화답했다.

두 대표는 이날 전기요금 체계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 대표가 누진제 및 전기요금 체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자 이 대표는 정부의 보고를 받아보고 야당과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여름에 전기세 때문에 난리가 나 있는데 대표가 된 기념으로 누진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전기요금 누진제에 문제를 제기한 뒤,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선 원가로 제공하고 그 부담을 가정용으로 했기 때문에 여러가지 상황에서 전기요금 체제를 바꿀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자부의 계산 방식에 따르면 (누진제를) 절대 못 바꾼다고 하는데 국민들의 마음을 위해서 용단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대표는 "조만간 관계자를 불러 얘기를 나누려 한다"며 "우선적으로 이 문제는 산자부와 한전의 얘기도 듣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이 대표는 김 대표와 양당 대표 자격으로 직면하자마자 은근한 압박을 받았지만, "매사에 언론 인터뷰 말씀을 보면 정말 합리적으로 하시기 때문에 지적하신 문제는 진지하게 살펴보겠다"며 "김 대표와는 지난 대선 때 굉장히 많은 포럼에서 합리적 토론을 많이 해 정말 존경한다"고 원만한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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