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쑨양의 소변은 보라색"
중국 수영의 간판 스타인 쑨양에 대한 원색 비난이다. 과거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쑨양의 과거를 들춰 비난한 것이 개인적 문제가 아닌 국가간 힘겨루기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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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수영의 간단 스타인 쑨양(사진)의 과거 금지약물 복용 전력을 들춘 비난이 국가간 힘겨루기로 확대되고 있다. /뉴스1 |
스포츠 화합의 기치를 걸고 있는 올림픽에서 과거 들추기 막말 때문에 스포츠정신이 퇴색되고 있다. 쑨양을 향한 타 수영 선수들의 비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쑨양뿐일까. 그들의 눈에는 박태환도 눈엣가시다. 쑨양은 리우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금메달을 따냈다. 반대로 박태환은 예전의 기량을 펼치지 못한채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치기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타켓은 당연히 쑨양이다. 거론되지 않았지만 박태환도 쑨양급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원색 비난의 주인공은 호주의 맥 호튼과 프랑스의 카미유 라코르 선수다. 카미유 라코르는 지난 9일 AFP와 인터뷰를 통해 "쑨양이 금메달을 수상하는 시상식 장면을 바라보며 역겨웠다"라며 "수여은 결승전마다 약물 복용 선수들이 포함돼 있는 스포츠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카미유 라코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인터뷰에서 "쑨양은 소변이 보라색"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혔다.
쑨양은 지난 2014년 도핑테스트에서 중국 반도핑기구(CHINADA)로부터 혈관확장제 성분인 트라이메타지딘 양성반응을 보여 3개월 자격정치 처분을 받았다.
앞서 맥 호튼은 언론사 인터뷰에서 "쑨양은 속임수를 쓰는 선수, 약물 사용자"라고 말해 중국 측으로 부터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맥 호튼은 남자 수영 400m에서 우승한 후 다른 나라 선수들과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눴지만 쑨양에게는 인사를 나누지 않은 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쑨양은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아시아 선수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200 결승전을 앞두고 경기 외적인 일에는 관심 두지 않는다"라며 "나 자신에게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쑨양은 약물 논쟁에 대한 질문에 "예전에 일어났던 일은 모두 과거일뿐"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쑨양을 향한 원색 비난은 신경전에서 비롯돼 보인다. 남자 수영 자유형 400m 결승에서 2연패를 노리는 쑨양의 경쟁상대인 호튼의 지나친 경계가 불씨를 키운 탓이다.
호튼의 독설은 쑨양뿐만 아니라 박태환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서 400m 예선이 끝난 뒤 "금지 약물로 속임수를 쓰는 선수에게 인사 할 시간이 없다"라며 도핑테스트에 적발된 선수들을 지칭했다. 비난의 화살이 쑨양과 박태환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
박태환은 2014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 약물인 네피도가 검출돼 세계수영연맹(FINA)에서 18개월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상대방의 과거 들추기가 도를 넘어선 처사다. 비난도 아닌 막말이다. 맥 호튼, 카미유 라코르 심지어 호주의 수영영웅 팰프스까지 막말에 동참했다. 이들의 언론 인터뷰가 방송된 후 처음에는 쑨양과 과열된 메달경쟁에서 비롯된 신경전이라고 치부했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 쑨양 뿐일까.
막말 논란이 불씨를 키우더니 나라간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시기라고 치부하기엔 파장이 크다. 상대선수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것을 넘어 인종차별까지 불거질 수 있는 화약고나 다름이 없다.
만일 박태환이 금메달을 땄다면 쑨양과 함께 싸잡아 약쟁이로 매도 당하지 않았을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실수를 저지른다. 고의적이든 아니든 실수는 그 사람에게 처벌을 가한다.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만회하는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성숙해진다. 새로 태어난 그에게 용서가 필요하다. 속죄를 치른만큼 다시 따스하게 품을 수 있는 과감한 포용이 필요하다. 그의 과거 실수를 손가락질 하거나 치부로 들춘다면 그것은 또다른 주홍글씨다. 주홍글씨를 씌울 자격도 없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많은 의미와 상징을 갖는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종목의 선수라는 칭호를 얻는다. 그 금메달리스트를 동경하며 미래의 금메달리스트를 꿈꾼다. 미래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겐 롤모델이다. 인생 선배나 스승과 같은 존재다.
금메달리스트가 모든 것의 최고는 아니다. 자신의 스포츠 종목에서 세계 으뜸일뿐 인간적인 면이 부족하다면 그를 본받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만일 쑨양과 마찬가지로 박태환에게 주홍글씨를 씌우려고 한다면, 그의 잘못된 과거를 들춰서 폄하하거나 자신을 우월하게 만들 심산이라며 인간으로서 금메달리스트는 포기한 셈이다. 이미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처벌을 받았고 만회를 했다면 인간으로서 실수를 용서하고 화합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우리와 구성원의 몫이다.
올림픽의 목적은 세계평화와 친목도모다. 세계1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 메달경쟁은 더욱 아니다. 메달리스트을 선발하는 것도 아니다. 서로 격려하고 경쟁하는 과정 속에 스포츠 정신으로 화합하는 것이 올림픽이다.
페어플레이, 스포츠정신이 살아있는 리우올림픽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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