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여야 정치권에서도 전기요금 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새 수장이 된 이정현 대표는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가 전기요금 제도 개편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조만간 그와 관련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눠볼 예정"이라며 "다수의 서민이 이 찜통더위에 어렵다고 한다면 그 내용을 조율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11일 오전 이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전기료 누진제 개편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은 현행 최고 11.7배에 달하는 누진 배율을 1.4배로 완화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빠르면 이번 주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1단계의 경우 kWh당 60.7원이나 6단계로 가면 709.5원으로 대폭 높아지지만,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최고 단계라도 85원 정도로 크게 낮아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은 연일 누진제 개편을 강력 촉구하고 있다.

더민주는 11일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전기요금 체제 개편을 위한 자체 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더민주는 지난해 정부가 가정용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누진단계 4구간에 3구간의 요금을 적용한 방식으로 올해도 한시적 요금할인을 적용하자고 제안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가정용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대신 대기업들의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이제까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정이 희생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시대가 달라진 만큼 가정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그만큼 대기업에서 추가부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려면 구체적으로 요금체계를 어떻게 고칠지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한다"며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이미 누진단계를 6단계에서 4단계로 완화하는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산업은행의 부실을 국민들의 전기요금으로 메꾸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하며, 국민의당은 누진제 완화 등 국민의 에너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비대위의에서 "국민의당은 정당 가운데 제일 먼저 전기료 폭탄을 바로잡겠다며 누진단계 축소 등을 요구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못하겠다고 거부했다"며 "어린아이를 키우며 발을 동동 구르는 주부의 마음, 전기료가 더 나올까봐 에어컨을 안 트는 경로당 어르신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산업부는 냉방으로 평소보다 전력을 많이 쓰는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h당 280.6원인 4구간 사용자들에게 ㎾h당 187.9원인 3구간 요금을 적용했다. ㎾h당 92.7원을 깎아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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