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약소국 지도자로 드문 경우"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학은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1일 이승만 초대대통령에 대해 "왜 독립을 해야 하고, (국민들이) 왜 '자유로운' 백성이 돼야하는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탄탄한 논거에 의해 독립운동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대단히 독보적"이라고 평가하며, 이 점에서 한국이 20세기 초 몇 안되는 신생독립국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학은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전희경의원실이 주최한 건국 68주년 기념 '대한민국의 생일을 찾아서' 토크콘서트에 토론자로 참석해 "여러 압박받는 작은 나라의 지도자들 중 '자유'라는 인간사회의 가장 제1의 덕목을 내세운 지도자가 별로 없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20세기 초 세계지도를 보면 독립국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커다란 나라를 빼놓고는, 유럽도 그렇고 아프리카도 아시아도 말할 것도 없이 제대로 독립이 된 작은 나라가 없었다"면서 "당시 작은 나라들은 (독립을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다 그냥 '어떻게 하면 압박에서 벗어날까' 하는 생각을 본능 수준으로 갖고 있었지만 세계 대세를 살피고, 미래지향적으로 앞날을 내다본 지도자가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 작은 나라들 중 가장 학문적, 철학적으로 뛰어난 분이 이승만 박사"라며 "아마 당시 우리나라 제1호 박사였을 것이다. 그 학위논문은 높은 경륜과 학식에 있어 지금도 보기 드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이 초대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독립운동에 있어 다른 약소국 지도자들과 달리 공부를 먼저 했다. 세계의 역사, 철학, 정치학, 경제학의 탄탄한 지식을 쌓은 다음 그를 바탕으로 왜 이 아시아의 조그만 한국이란 나라가 독립을 해야하고, 왜 자유로운 백성이 돼야 하는지를 본능에 호소하기보다는 당시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바탕으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탄탄한 논거에 의해 독립운동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대단히 독보적이었다"고 소개했다.

   
▲ 전희경 의원실은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나흘 앞둔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대한민국의 생일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김 교수는 "그런 분과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서양에도 있다"며 자신의 저서인 '이승만과 체코 건국의 아버지 마사리크'의 내용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다. '마사리크'는 현재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된 체코슬로바키아를 건국한 토마시 마사리크 대통령을 가리킨다.

김 교수는 "두 인물을 비교해 이 대통령이 당시 세계적으로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분이란 걸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애썼다"며 "두 사람은 개인적 일생이나 독립운동의 과정, 또 자유를 내세운 게 아주 흡사하다. 철학박사고 교수이자 저술가였다. 그리고 외교로 나라를 독립시킨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일랜드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끝에 성공, 공화국 수상의 지위까지 오른 이몬 데 발레라도 이 대통령과의 비교대상에 올렸다.

그는 "이 분은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17번째 무장독립운동을 시도하다가 실패해서 사형 선고까지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총살을 면했다. 이 사람은 그때 '외교선전만이 살 길'이라고 깨달은 뒤 그 어려운 길을 택해서 아일랜드를 독립시키는 데 일생을 바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세 인물을 비교해 보면 첫째로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 지도자는 앞날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하고, 그 앞날에 대한 신념을 갖고 국제 정세를 잘 살펴 그 나라 백성들을 이끌어가야 한다"며 "또 이들은 전부 '자유'라는 기치 하에 일생을 바쳐 결국 나라를 독립시키고, 어려움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는 데 아주 성공한 인물들"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우리가 남북으로 나뉜 채 이 대통령은 한을 품고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는데, 아일랜드 역시 데 발레라 전기를 읽어보면 영국 영토로 남은 북아일랜드를 품지 못한 걸 한으로 안고 죽는다. 슬로바키아는 거꾸로 쪼개졌다"며 "이런 비운 속에서 약한 국가 지도자들은 일생을 바쳐 고민하고 한을 품고 또 고통 속에 산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 나머지를 후손들이 완성해야 할 책무가 세 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약소국들도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거꾸로 후손들이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 오늘날 국토 회복을 많이 한 것을 보면, 이 대통령이 이 반쪽 나라라도 만든 상황에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추구하면 통일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이 사회를 맡았고, 김학은 교수와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윤서인 만화가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에서 심재철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박순자·김순례·정유섭·강효상·신보라 등 현직 국회의원들도 참석했으며,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3선 출신 박진 전 의원도 함께 자리했다. 당외인사 중엔 김길자 대한민국사랑회 회장이 참석해 심 부의장, 박 전 의원과 함께 축사를 했으며 이경자 한국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 사단법인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연합회에서 김병연 부회장을 비롯한 관계자 등이 토크콘서트를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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