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한국전력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막상 한국전력은 누진제로 국민 세금을 걷어 외국인과 산업은행에 대규모 배당금으로 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해 보통주 기준 1조9900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주당 배당금이 3100원에 달하는 그야말로 ‘깜짝 배당’이었다. 시가배당률이 6.2%에 달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13번째로 높은 것이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은 14.98%였다. 미래에셋대우는 6조5000억원 정도의 서울 삼성동 부지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배당성향은 53%로 껑충 뛰어오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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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문제는 대다수의 배당금이 외국인을 통해 국외로 유출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전력의 외국인 지분율은 31.92%에 달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은 한국전력 배당금으로 6232억원을 가져갔다. 2013년 132억원, 2014년 924억원에 비하면 폭증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기업 소득의 가계 이전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배당소득 증대세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기업의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해왔다.
여기에 공기업인 한국전력 등이 적극 앞장섰지만 경제 활성화는 커녕, 결국 배당금의 대다수는 외국인 손에 의해 해외로 유출된 것이다. 이에 한국전력이 가정용 요금 누진제를 통해 폭리를 취해 외국인의 배만 불려주면서 국부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전력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나눠 내며 누진배율(가장 낮은 요금과 가장 높은 요금 사이의 비율)이 11.7배로 미국(1.1배), 일본(1.4배)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기준 전체 전기 사용량 중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3.6%에 불과한 반면, 산업용이 55%, 상업용이 24%로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누진제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설명도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들끓는 여론에 정부가 올 여름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지만 증권가와 정부에서는 이에 따른 한국전력의 영업이익 감소액이 4000억~42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누진제 완화 결정으로 3분기 가정용 전기요금은 약 19% 인하되며 연간 평균 전기요금은 약 0.8% 가량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변동 민감도를 보면 1% 인하 시 매출 및 영업이익이 약 5500억원 정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조3467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고 올해도 14조3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비하면 감소폭은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누진제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진세 한시적 완화 방안은 구간별로 누진제 한도를 늘려줬을 뿐 누진 단계마다 요금이 크게 오르는 건 마찬가지여서 전기를 많이 쓸수록 할인 폭은 줄어든다.
한국전력의 배당금이 지분율 32.90%를 가진 최대주주 산업은행으로 흘러가는 것도 비판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기준 한국전력으로부터 배당금만 6548억원을 받았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보듯 산업은행은 부실기업을 여과 없이 지원했다. 이에 따르는 손실을 국민이 과다하게 부담한 전기세로 메꾸는 모양새다. 외국인과 산업은행이 한국전력 배당금으로 가져가는 금액만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누진제는 폐지하거나 완화하되, 다른 시스템으로 무분별한 전기사용에 부담을 줘 에너지를 절약할 것을 제안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누진제는 불합리한 측면이 크다”며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라면 누진제보다는 시간대별 요금 차등화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위원은 “현재 저유가로 한국전력의 실적이 좋게 나왔지만 고유가 시절에는 한국전력의 영업손실이 문제가 됐던 적이 있던 만큼 국제유가나 가스 가격 상승에 대한 대비를 누진제와는 별도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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