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그룹이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체투자 운용자산(AUM)은 지난 9일 현재 8조82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07년(연말기준 2조4983억원)에 비해 6조원 이상 불어난 규모로, 10년도 채 안 돼 3.5배로 증가한 셈이다.

대체투자 운용자산 2위인 KB자산운용(7조580억원)과는 2조원가량 격차를 벌려 놓았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이 아닌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기업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금융투자협회는 대체투자를 펀드와 투자일임 가운데 부동산, 특별자산(인프라), 사모투자펀드(PEF)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4년 국내 최초의 PEF와 부동산 펀드를 선보였고, 2009년에는 국내 첫 해외 투자 인프라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07년 2조5000억원에 못 미치던 대체투자 운용자산이 최근까지 매년 평균 30% 가까이 불어나 지금은 9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1위의 대체투자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기초자산별로는 부동산이 5조8684억원 규모로 가장 많고 특별자산 1조7516억원, PEF 1조255억원 순이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에는 4%에 불과했지만 2010년 이후로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6년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타워 인수, 2009년 호주 해수 담수화 시설 사업 투자, 2010년 서울 미래에셋센터원 건설, 2011년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 인수,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페어몬트호텔 인수, 최근의 서울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투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의 시대가 저물고 투자업계의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하는 박 회장은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선 꾸준하게 운용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대체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 왔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올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합병 완료로 국내 최대인 자기자본 6조7000억원대 증권사를 보유하게 되는 미래에셋그룹의 대체투자는 한층 더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미래에셋의 이런 행보를 두고 저금리·저성장 시대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국내 투자 문화의 체질 개선을 선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대체투자에 뛰어드는 기관투자가와 금융사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대체투자는 자금 흐름에 대한 금융당국의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어렵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특히 미래에셋의 대체 투자가 부동산 투자, 그중에서도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에 집중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의 해외부동산 투자는 초기에는 오피스 건물 위주였으나 갈수록 특급호텔이나 리조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중 인수를 마무리하는 미국 하와이 오아후의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까지 포함하면 해외 특급호텔에 투자한 금액만 2조원을 훌쩍 넘는다.

5200억원을 들여 지난해 개장한 '포시즌스 서울'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특급호텔에 투자한 금액은 2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대체투자 전문가는 "오피스는 임대차계약 등의 구조화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으나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는 보통 운용수익을 배당받기 때문에 위험(리스크)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이를 살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아 추후 엑시트(자금회수) 과정의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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