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통일부는 17일 외신 보도를 통해 당초 제3국으로 망명했다고 알려진 최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현재 자신의 부인·자녀와 함께 우리나라에 입국해 정부 보호 하에 있다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태 공사는 영국 주재 대사관에서 현학범 대사에 이은 서열 2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탈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승길 전 이집트 대사가 1997년 탈북해서 입국한 적이 있는데, 대사와 공사 직분 서열을 따지면 차이가 있겠지만 외교관으로선 최고위급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했다"고 부연했다.

이번 태 공사의 탈북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엔 "(태 공사의) 귀순은 북한의 핵심 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해 희망이 없다',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지배계층 내부결속이 약화되고 있지 않는가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태 공사의 탈북 동기에 대해서도 "태 공사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과 자녀 문제 등을 탈북 동기로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대변인은 국내 입국 발표에 앞서 나온 '제3국 망명 신청' 및 가족관계 보도에 관해선 "상세한 탈북과 입국 경로에 대해선 관련 해당국과 외교 문제가 있어 상세히 밝히지 못한다"며 "자녀문제를 밝히는 것도 신변 보호에 문제가 있다"고 자세한 경위 설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태 공사의 입국 경로, 탈북 결행·입국 등 시기, 가족의 북한 잔류 여부 등을 묻는 추가 질문에도 "상세히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지난 4월 공개된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 귀순 사례와 달리 입국 당시 사진 등에 대해서도 비밀을 유지했다.

정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태 공사의 거취에 대해 '안전상 문제로 밝힐 수 없다'고 함구했다가 이날 발표한 사유에 대해 "이분들이 입국을 했다"며 "내신과 외신을 통해 너무 보도가 여러가지 경로로 확인 안 된 사실이 번져나갔기 때문에 기본사항 확인 차 발표한 것"이라면서 "(사실 미확인 보도가) 너무 많아서 지적할 수도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