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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문학박사) |
문향(文香)과 스토리가 있는 하응백의 낚시 여행(3)
지난 1월 초 갈치낚시와 어구가지미 낚시에서 대박을 친 뒤 두 번 더 낚시를 갔지만 몰황을 면치 못했다. 그다음엔 주말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출조가 불가능했다. 낚시를 못가니 유행하는 감기에 온 몸이 노출되어 심하게 앓았다. 그러다보니 3주나 연속으로 낚시를 가질 못한 것이다. 몸이 근질근질할 수밖에.
주말이 되자 병이 도지기 시작했다. 토요일도 주의보 수준이라 출조가 불가능했고, 일요일은 조금 날씨가 좋아질 것 같아 남해 완도에서 나가는 열기 낚싯배를 예약해 두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토요일 오후 두 시쯤 낚시점에서 문자가 왔다. ‘기상 악화로 출조 취소!’ 경험적으로 보면 이럴 때는 출조하지 않고 인내하여야 한다. 주말을 집에서 푹 쉬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러질 못하는 게 낚시꾼들의 생리다.
기상 정보를 면밀히 확인한다. 동해도 서해도 낚시 불가. 토요일은 모든 바다가 낚시가 불가능하고 일요일이 되면서 그나마 유일하게 낚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남해 동부권이다.( 낚시꾼들이나 선장들 등이 주로 참고하는 기상 정보는 일본 기상정보다. 한국기상청의 예보는 수치로 나오는데 비해 이 일본 기상 정보는 그림으로 시각화하여 6시간 마다 날씨의 변화를 예보한다. 물론 이 정보도 예보이기에 틀릴 때도 있으나 대개는 정확하다.
아래 그림에서 바다가 검은 색이면 매우 좋은 날씨, 반대로 붉은 색이면 태풍 수준이다. 파도가 1.5m에서 2m가 넘게 나오면 배낚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서해와 남해서부 해상은 낚시할 만하다. 동해나 제주도 해역은 거의 낚시가 불가능. 이 예보는 3일 앞을 미리 보여주는데 목요일 정도가 되면 주말 바다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요즘 많은 낚시꾼이 이 정보를 바탕으로 출조 계획을 짠다. 한국의 기상청도 이런 정보를 제공했으면 한다.)
南日本 2014年 2月15日(土) 3時(JST) 前時間
급히 일요일 출조하는 남해 동부권 낚싯배를 알아본다. 그러한 정보는 대개 3군데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수도권 낚시꾼들이 많이 출입하는 ‘어부지리 바다낚시(www.afishing.com), 남해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바다낚시(www.innak.kr)’ 나 ‘디지털바다낚시(www.dinak.co.kr) 다. 검색 결과 한 군데를 찾았다. 통영에서 출조하는 배인데, 주대상어가 열기나 볼락이 아니라 우럭과 쏨뱅이였다. 우럭은 주로 서해나 남해 서부권에서 출조하는지라 남해 동부권인 통영에서 출조한다기에 좀 의아했지만, 출조하는 배 자체가 없는지라 서둘러 예약한다.
예약을 해 놓고 친구인 유강근 변호사에게 전화를 해 같이 가겠냐고 묻는다. 유변은 별 망설임 없이 가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둘은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일요일 밤 0시 30분에 만났다. 간간히 날리는 눈발을 뚫고 통영으로 향한다. 4시 경에 낚시점 도착. 낚시점에서 떡국을 끓여준다. 현지꾼 몇 명이 낚시점으로 들어온다. 그들은 분위기로 벌써 우리가 외지에서 온 것을 알아차린다.
“어디서 왔는교?”
“서울에서요.”
“그 먼데서 뭐 할라꼬 왔는교. 요즘 괴기도 잘 안 나오고만은.”
“잘 안 나와요?”
“하모, 다 잡아 묻다 아입니까? 그래도 잘 하모 좀 잡힐낍니다.”
“뭐가 나오는데요?”
“우럭도 나오고 쏨배이도 나오고, 뭐 마까 나오지러.”
나는 ‘쏨배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쏨배이는 쏨뱅이를 말한다. 쏨뱅이도 있고 붉은 쏨뱅이도 있다. 둘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어종이다. 제주도나 남해 바다에서 낚시를 하다보면 가끔 우럭(조피볼락)과 체형은 비슷하면서도 화려한 붉은 채색의 고기를 잡을 때가 있다. 주로 암초 지대나 인공 어초 등에서 서식하는데 우럭과 거의 비슷한 습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먹이에 대한 탐욕이 강해 한꺼번에 미끼를 삼켜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쏨뱅이나 붉은 쏨뱅이는 그 회도 맛있을 뿐만 아니라, 매운탕과 구이도 일품이다. 남해나 제주 같은데서 번듯한 횟집에서 먹으려면 kg당 15만 원은 주어야 한다. 고급 어종이라 최근에는 치어 방류도 많이 한다. 그 쏨뱅이가 나온다고? 몇 마리만 잡아도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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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잡은 준수한 씨알의 붉은 쏨뱅이. 겨울이라 살이 포동포동하다. 쏨뱅이는 반점에 갈색테두리가 없고 지느러미까지 반점이 퍼져 있다. 고급 어종이다. |
통영 영운리 포구에서 <낚시친구>호는 어둠을 뚫고 천천히 나아간다. 미륵도와 한산도를 지나 거제도 옆으로 가는 듯하다.
날이 밝자 낚시가 시작된다. 주위가 온통 섬이다. 섬과 섬 사이 제법 넓은 바다인데 인공 어초가 많다고 한다. 선장이 방송으로 수심과 인공어초 높이를 알려준다. 어초는 뻘이나 모래인 바다 바닥에 인공 건조물을 투하시킨 것을 말한다. 대개 콘크리트 구조물 혹은 철강 구조물이다. 어초가 투입되면 어초에 각종 해초가 붙어 서식하고, 그 해초 주변으로 물고기들이 모여 산다. 물고기 집이 인공 어초인 셈이다.
서해 우럭낚시도 어초낚시를 많이 시도하는데 일반낚시와는 요령이 많이 다르다. 대개 5m자리 어초가 있다고 하면 채비를 내려 바닥에 닿은 다음, 4m를 바닥에서 들어준다. 배가 어초 위를 지나면 입질이 오거나 어초에 채비가 걸린다. 입질이 오면 재빨리 감아 들이면 된다. 글로 설명하면 굉장히 단순한데, 실제 어초낚시는 상당히 어렵다. 조류나 바람에 따라 배가 밀리면, 낚싯줄이 사선으로 바다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면 5m를 들어 올려도 어초에 밑걸림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또 선장이 배대는 습성들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진입하는 경우와 뒤로 진입하는 경우가 있고, 포인트가 작을 때는 배의 일부에서만 입질이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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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밑에 뭐가 있을까? 낚시에 열중하고 있는 유강근변호사. |
낚시를 시작할 때 나는 자신이 있었다. 어초 낚시야 서해에서 수십 번도 넘게 해보았기 때문에 수심만 잘 맞추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려웠다. 앞으로부터 입질이 와, 바로 내 옆 사람에게만 입질이 오고 도통 나에게는 입질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장이 배를 대는 것이 서해와 달랐다. 조류가 빠른 서해에서는 선장이 배를 조류를 이용해서 어초 위로 올라타게 한다. 즉 GPS를 보고 어초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 다음 조류의 흐르는 방향과 속도를 가늠한 뒤, 배를 흘린다. 남해의 경우 조류가 서해보다 완만하니 엔진의 힘으로 배를 밀어서 어초에 진입시키는 것 같았다. 그러니 낚싯줄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좌우로 심하게 방향을 바꾼다. 어초낚시는 선장의 배대는 습관과 낚시꾼과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데 도무지 이 선장의 습관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아예 배 뒤쪽은 입질이 거의 전무했고, 앞쪽에서는 연신 큰 우럭과 쏨뱅이가 올라왔다.
낚시를 하면서 늘 생각해왔던 것이지만, 경험이 많은 노련한 낚시꾼이라 해도 현지꾼을 당할 수는 없다. 오전 내내 열기 한 마리와 붉은 쏨뱅이 두 마리밖에 못 잡았다. 일단 회나 먹자. 나는 두 마리를 정성들여 회를 쳐서 유변과 함께 소줏 잔을 비운다. 딱 1병이다. 각 1병은 많아 오후 운전에 지장을 준다. 회가 맛있으니 술이 더 달다. 술이 모자라니 술이 또 달다. 서울꾼 두 명이 술이 달아 도취하고 있을 즈음에도 현지꾼들은 낚시에 여념이 없다. 그래, 많이들 잡으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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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들에 둘러싸여! |
오후에도 헤매다가 철수 직전 드디어 요령을 터득한다. 문제는 수심이 아니었다. 바로 미끼 문제였다. 대개 서해에서는 미끼로 미꾸라지나 오징어를 사용하기에 미끼가 질겨 입질이 오면 놓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남해에서는 냉동 멸치를 미끼로 준다. 이 미끼가 잘 떨어져 나가 입질을 받고도 놓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만약 미꾸라지를 준비해왔다면 더 많은 조과를 올릴 수도 있었으리라. 멸치를 떨어져나가지 않게 정성들여 꿰어 낚시를 해 본다. 그제야 덜커덩 입질이 온다. 제법 힘을 쓴다. 올리니 붉은 쏨뱅이다. 어느덧 선장이 철수한다고 한다. 마지막이다. 마지막에 또 한 번 큰 입질이 온다. 방금 전 것 보다 힘을 더 쓴다. 주수한 씨알의 붉은 쏨뱅이다. 그리고는 철수. 아쉽다. 이제 요령을 터득했는데. 전국구 낚시꾼의 위력을 보여줄 때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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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쏨뱅이만 잡은 현지꾼의 조과. |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여야 한다. 이날 낚시에서 얻은 교훈(?)을 종합하면 이렇다.
첫째 가급적 배 선수(앞자리)에 자리잡을 것. 둘째 미꾸라지를 준비할 것. 셋째 미꾸라지에 입질이 없다면 냉동 멸치를 정성껏 꿸 것. 넷째 현지 낚시점의 채비와 바늘을 사용할 것. 다섯째 현지꾼을 잘 관찰하고 그대로 따라할 것.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바람같이 어둠이 깊어가는 서울로 달려갔다. /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