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청와대가 17일 연 박근혜 대통령과 전국 지자체장 오찬 간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수당 허용을 정부에 거듭 종용한 가운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양자간 설전이 벌어졌다.
'원칙없는 현금살포' 논란을 낳고 있는 청년수당에 대해서는 정부도 '부동의'에 이어 '직권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으며 서울시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이날 낮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오찬에서 "지금 청년들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며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은 중앙정부와 충돌하는 게 아니라 보완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19일 대법원에 제소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며 "그렇게 풀 문제가 아니라, 협의를 좀 더 해서라도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대화를 제의했다. 대법원 제소까지 거론해 압박을 가하면서 청년수당 정책 관철 의지를 굽히지 않은 셈이다.
그러자 홍준표 지사가 "서울은 돈이 많아서 현금을 줄 수 있는 모양인데 거기서 포퓰리즘을 하면 우리 같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어떻게 하느냐"면서 "시골 청년들은 다 서울로 이사가라는 말이냐"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청년수당은 서울시 거주 청년에 한해 서류제출을 통해 신청할 수 있고, 지원대상 선정 시 사실상 취업준비를 넘어선 용도의 활동비 총 300만원이 세금을 재원으로 해 주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현금살포 정책 시행이 어렵고, 해당 지역 청년들은 수혜대상이 될 수 없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홍 지사는 "정부의 도움 없이 (청년수당을) 다른 지자체는 할 수 없다"면서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청년수당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오찬에 배석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도 "정부에서 취업성공패키지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으니, 그걸 활용하면 될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통합적 전달 체계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도 "전문가의 직업 상담이 전제돼야 하고, 그 원칙 아래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사업할 수 있다"며 "사회보장위원회의 협의를 거쳐야 하고 지방정부도 정부의 틀 안에서 하면 된다"고 중앙정부가 복지의 '컨트롤타워'가 돼야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달 2일 국무회의와 8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청년수당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박 대통령과 정부에 면담을 요구했다.
박 시장은 오찬을 마친 뒤 "오늘 세 번째로 청년수당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정부 입장이 종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불만을 표한 뒤 "정부가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 대한 협의에 나서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기존 입장으로 일관했다.
홍 지사는 오후 중 페이스북 글을 통해 "청년수당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간 재정형평성 문제"라며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83.04%나 돼 돈이 넘쳐나니까 청년들에게 공돈을 나눠줄 수 있지만, 경남은 재정자립도가 38.08%밖에 되지 않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남 청년들이 '왜 서울은 지원금을 주는데 우리는 안주냐'고 하면서 '지방에 산다고 깔보냐'고 한다면 제가 뭐라고 답해야 하나. 공짜 복지를 하더라도 다른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고려해서 복지정책을 펴야지, 돈이 넘쳐난다고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지자체만 퍼주기를 하게 되면 이웃 지자체는 아주 곤혹스럽다"며 "서울시는 이 점을 고려해 정책을 다시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여권 관계자는 "청년수당 문제에 대해 법적 대응 방침을 세운 상태에서 박 시장이 오찬에서 협의를 거론한 것은 진지하게 청년 일자리를 생각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제스처 같다"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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