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정부사과 종용해 논란 불지펴…'現대통령 겨냥' 신창현 비호도
하태경 "특위 본질 밖 정치적발언, 위원장 주의 줘야" 퇴장 후 정회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가습기 특위)가 18일 사흘째 정부기관 보고 청취를 이어가던 중 전날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 사과' 요구를 둘러싼 언쟁으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날(17일) 열린 가습기 특위 보건복지부·공정거래위·식품의약안전처 기관보고 현안질의에서 신창현 의원은 가습기살균제가 지난 2011년 말 식약처가 의약외품으로 지정,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2년 넘게 판매된 점을 들어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식약처의 잘못도 있고 복지부의 잘못도 있다"면서 "복지부를 감독하는 대통령도 사과를 해야한다"며 "수 년간의 정부 잘못에 대해 그것을 감독하는 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을 거듭했다.

이에 새누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이 "개선책을 마련해나가는 와중에 신 의원이 신중치 못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고의 뜻을 보낸다"고 경고하자, 더민주 간사인 홍익표 의원이 "동료의원 발언에 경고라고 표현한 건 유감"이라며 "특정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갖고 있는 법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신 의원을 감쌌었다.

이후 기관보고 사흘째인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특위 기획재정부·법무부·고용노동부 기관보고 도중에 정부에 대한 사과 요구가 의제 아닌 의제로 떠올랐다.

3개 부처 차관이 업무보고 중 '유감', '위로' 등의 표현은 썼지만 직접적인 사과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원식 특위 위원장(더민주)은 "진솔한 사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을 마지막까지 하지 않는 정부 태도에 유감스럽다"며 "9월 2일 다시 한 번 기회가 있을 테니 좀 더 진전된 사과내용이 있으면 좋겠다"고 정부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처럼 '정부 사과'가 재론되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특위가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지만 어제 특위의 본질을 바꿀 수 있는 신 의원님의 아슬아슬한 정치적 발언이 있었다"며 역공을 가했다.

이어 "'사과를 하라'고 하면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요구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특위가 정쟁 쪽으로 가는 발언에 대해선 위원장이 주의를 주길 바란다"고 더민주 소속 우원식 특위원장에게 신 의원에 대한 주의를 요청했다.

그러자 우원식 위원장은 "정부를 대표해 장관이 사과하라고 한 것이지 개인에게 사과를 요구한 게 아니다"며 신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향후 정말로 심각해지면 대통령이 사과할 수도 있지만 그건 지금의 대통령을 말하는 게 아니다. 특정 정부를 칭하는 게 아닌 것으로 (이해했다)"고 반려했다.

하태경 의원은 재차 "오늘 위원장이 어쨌든 대통령 사과 문제를 의제화 시켜버렸다"면서 "이 문제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국민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특위 본질을 다른 데로 몰고 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입장 정리를 위한 정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우 위원장은 "대통령 사과 문제를 특별히 의제로 삼았다면 모를까 하 의원이 굳이 꺼내서 말을 한 것"이라며 "정부 전체의 사과를 장관들에게 요구했듯 어제 신 의원의 발언도 그런 취지로 이해하고 넘어가자고 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어제 (하 의원) 없는 자리에서 이미 정리를 했다. 이 문제를 말씀하는 본인이 스스로 일을 키우고 있다"며 더민주의 역성을 들었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은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한 끝에 격분, "위원장이 실수한 것이다. 인정하라"면서 "인정하지 않으면 (현안)질의를 시작할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소란 끝에 우 위원장이 정회를 결정했고, 10여분만에 회의가 재개된 뒤에야 위원들의 질의가 시작됐다.

이후 회의에서 위원들은 보건당국이 가습기살균제의 원료가 되는 위험물질을 제대로 국민에게 공표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비판하는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을 주장했다.

신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사태 원인 중 하나는 정부가 기업을 과잉보호한 것도 있다"며 "SK케미칼이 1997년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에 대한 유해성 조사보고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는데 노동부는 그 물질의 명칭과 유해성을 법에 따라 제대로 공표하지 않았고, 고시할 때도 물질명을 PHMG가 아닌 'BUS-07', 'YSBMT' 등으로 바꿔 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잔 취지로 이렇게 했다면 동전의 한쪽 면만 본 것"이라고 비판하자 고영선 고용부 차관은 "기업보호 측면이라기보단 행정상의 하자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혼선 없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1차 책임은 제조·판매사에 있지만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 하고 피해자들이 수년간 홀로 기업과 싸우게 놔둔 정부도 문제"라며 징벌적 손배제 도입과 피해자 기금마련을 요구, 특히 징벌적 손배제에 대해 "먼저 도입한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창재 법무부 차관은 "징벌적 손배제는 현재 법 체계와 조금 상치되는 면이 있어 우려하는 분들이 있지만 개별 법률에서 이미 도입한 사례도 있으므로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가습기 특위는 이날 사흘간의 기관보고를 마무리하고, 오는 22~26일 최대 가해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의 영국본사 등을 방문하는 현지조사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달 말엔 관련 기업 등의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소환해 청문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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