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단비 기자]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아, 내가 공공의 적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카드사 종사자의 말이다. 지난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가 확정된 후 여당, 야당 너나할 것 없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저희가 내렸습니다'라는 현수막들이 내걸린걸 보고 난 뒤 든 생각이라고 한다.

카드업계가 내년 대통령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총선, 대선 등의 선거시즌만 되면 정치권의 표적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신용카드사들을 원천징수의무자로 지정해 부가가치세를 신용카드사가 대신 납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부가가치세 탈루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매출자가 부가가치세를 국세청에서 납부하는 것에서 신용카드사가 대리징수, 납부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카드업계는 세금 징수시 마련해야할 전산시스템 등으로 인한 비용부담과 가맹점주들의 반발 등이 예상되면서 난색을 표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의원은 일정규모 이하의 영세 상점, 택시 종사자들에게 발생하는 1만원 이하의 소액카드결제의 가맹점수수료를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도 줄어든 마당에 전체 카드결제 중 약 40% 달할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1만원 이하의 수수료마저 사라진다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법안이 통과될까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최근 카드업계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들은 그다지 카드사들에 유리한 법안들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카드사들의 숨통을 더 옥죄여오는 법안들이 대다수다.

카드업계는 매번 정치권들에 주 표적이 되어왔다. 올해초 시행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역시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표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던 바 있다. 자율경쟁을 통해 이뤄져야할 수수료율 협상이 당사자들에 의지에 의해서가 아닌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의 개입으로 얼룩졌다는 이유에서다. 덕분에 자율경쟁과 적정원가를 통한 산정이라는 기본원칙은 무시된 것.

당시 카드사들도 영세, 중소가맹점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정치권 등의 입김에 의해 등떠밀려 이를 받아들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발의된 법안들의 취지들은 이해하지만 때로는 국가에서 책임질 일을 사기업인 카드업계에 떠민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며 "카드업계 생리를 이해하고 설득력있는 논리로 카드사들을 규제하려고 한다면 수긍하겠지만 업계의 생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막무가내식으로 법안 발의 등을 할땐 속이 터진다"고 푸념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정치권에서는 카드사들을 정조준하는 일이 많은 것일까? 

소비자의 가장 접점에 있는 업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적어도 한 개의 주거래 은행은 가지고 있듯이 대다수 지갑에 적어도 한 개의 카드는 꽂혀있을 정도로 보급률도 높고 이용도 많아 생활에 밀접한 게 카드다. 그러다보니 표심을 자극하기에 적합하다는 것.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반 국민=유권자다. 카드사는 소비자들의 접점에 있어 관련 법안을 내면 피부에 와 닿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피드백이 확실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내년에는 대선도 있어 카드사들을 향한 규제의 칼날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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