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신용등급 상승 금리인하 요인 작용…가계부채가 변수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미국의 지역 연방준비은행장들이 연일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어 한국 은행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실제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 중인 한국으로서는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 가계부채 문제 또한 다시 대두되고 있어 기준금리 향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지역연방준비은행장들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장의 경우 18일(현지시간) 연설에서 기준금리의 인상 시점에 대해 "더 늦은 쪽보다는 더 빠른 쪽을 선호한다"고 밝혀 큰 화제가 됐다. 

   
▲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의 금리인하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강하게 언급했다. /한국은행


그는 미국이 "현재 완전고용 상태"라고 전제하면서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를 향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으며 목표가 시야에 들어온 상태"라고 현 상황을 분석한 뒤 "이런 상황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정상 수준까지 올리는 일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시점이 다가왔음을 강조한 표현이다.

같은 날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장도 기준금리 인상론을 펼쳤다.

더들리 은행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추가 금리인상에 관한 "내 시각은 지난 16일 이후 변하지 않았다"면서 내달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그는 지난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추가 금리인상 시점에 점점 더 다가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와 같은 지역 연준은행장들의 발언에 시장은 차분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미국 국채선물 가격 동향을 바탕으로 산정하는 '9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지난 16일 더들리 은행장의 발언 이후 18일까지 계속 18%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이들의 발언이 금리인상 확률을 특별히 더 높여놓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 6월에도 비슷한 발언들이 나왔지만 결국 금리가 동결되는 상황이 있었다"면서 "이러한 경험을 통해 지역 연준은행장들의 발언이 곧장 금리인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학습효과가 생긴 셈"이라고 분석했다.

단, 한국 은행권의 경우에는 여전히 미국의 금리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는 현재 연 1.25% 수준인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내 한두 차례 '인하'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기축국으로서 미국의 금리 움직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에 미리 금리 인하를 해야만 정책효과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최근 원화 강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리면서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수출기업들의 향후 실적 증가세를 둔화시킬 수 있어 일각에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에 적어도 한 차례 정도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한편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의 금리인하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강하게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은건 사실"이라면서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저금리에서 일정 부분 기인한다"고 표현했다. 

지난 18일 통화정책경시대회 현장에서도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를 재차 언급했다. 금리가 계속 인하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고려하느냐에 따라 오는 9월 기준금리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달 9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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