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당 정치권 진입시켜, 정치권 정상화시킬 불쏘시개로

2013년 12월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잘못된 제도와 관행들을 정상화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구석구석이 상식과 법치에 위배되어 이를 고치지 않고는 시민사회의 성숙 나아가 선진국 진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그러면 한국사회의 정상화를 촉발하는 도화선은 어디인가? 대부분의 국민들은 주저 없이 비정상의 골이 깊은 정치권의 정상화라고 답할 것이다. 정치시장에서 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질서를 규율하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모든 구성원들은 그 규칙에 순응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정치가 이류 혹은 삼류이면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른 분야에서 일류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의사 결정 구조의 최상층부인 정치권의 무능은 국민을 식상하게 하는 정치피로를 넘어 한국경제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취약하게 만들며 국민들의 행복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정치권이 한국사회의 비정상의(非正常)의 정상(頂上)에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정당위기 혹은 정치위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3년에 시작된 한국종합사회조사(Korean General Social Survey)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가 1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조사’'에 따르면, 전국 1천 5백 명 성인으로부터 우리 사회 각 부문의 신뢰도를 0점에서 10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를 받은 결과 국회, 정부, 정당에 대한 평가 점수는 2~3점에 머물러 사회 전반의 신뢰도 평균 4.8점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도 점수인 4점과 비교해도 낮은 점수로 정치권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의 시선이 얼마나 싸늘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마디로 믿지 못할 집단이라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이해당사자 간의 타협을 유도하며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이해집단의 불법행위를 방조하는 작금의 정치행태는 한국시스템의 리스크를 높이며 구조적인 정치실패로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치가 향후 선진국 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시장의 구조 및 정치시장에서 활동하는 정치행위자들의 행태는 전혀 개선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 안철수신당은 참가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한물간 사람들이나 여야를 기웃거리다가 자리를 잡지 못한 철새정치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새정치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신선하지 못하다. 정책도 반기업적이고, 통일과 안보분야에서도 색깔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여야의 패거리당, 길거리당의 구태의연한 복점정당 구조를 깨트리고, 우리사회에서 비정상의 최고점에 있는 정치권 혁신을 유도하기위해선 안철수신당을 정치권에 진입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정치행위자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시장의 구조개혁 및 혁신을 추진할 유인구조를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시장에서 우파와 좌파를 대변하는 양 정당은 사회적 통합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통한 지지자들의 편가르기가 양당의 정치적 이익 극대화 및 안정적인 정치시장의 복점 유지를 위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수월한 최선의 지배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시장의 실패는 바로 이러한 정치시장구조의 내재적 특성과 무관치 않다.

이러한 후진적인 정치시장에 대한 국민의 변화 열망은 안철수라는 한 인물과 그 인물 주변에 둥지를 튼 정치세력을 통해 분출되고 있다. 정치권 내부로부터의 자기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유권자들의 절대적 실망감은 안철수 및 그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드는 흘러간 인물들이 주도하는 검증되지 않고 새로울 것도 없는 신당에 묻지마식 지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6%, 안철수 신당 31%, 민주당 13%로 나타났다. 신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의 오차 범위 내에 접근하였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소위 안철수 현상은 생산적인 정책 경쟁보다는 소모적이고 이전투구식 정쟁에 몰두하고 있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차가운 등돌림이고, 정치시장의 변화를 갈망하는 욕구의 분출이다. 향후 유권자들이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유권자들 대다수가 갈망하는 정치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유권자들이 신당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유권자들이 신당을 정치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시킴으로써 기존 정치세력의 자기 혁신을 강요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권자들이 기존의 정치권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혁신을 유도하도록 신당을 불쏘시개 정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유권자들이 한계상황에 다다른 정치 실패를 더 이상 용인하고 관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신당은 새로운 정치라는 슬로건 하에 국회 선진화, 정당 운영 및 공천 등의 주요 정치사안에 대하여 강도 높은 정치개혁 아젠더를 던지며 정치 이슈 선점을 통해 바람을 일으키고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신당의 인물들의 면면이 새롭지는 않지만, 기존 정치세력과 차별화를 통하여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지렛대 삼아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다.

반면에 “길거리 정치” 혹은 “패거리 정치”로 요약되는 기존 정치세력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생존 및 수성을 위해 정치 정상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반응할 것이다. 물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보다는 갈지자의 행보를 보이며 우왕좌왕하는 민주당의 고민이 더 클 것이다. 정치공학적으로 표의 분산을 막기 위해 민주당은 신당과의 연대를 추진할 수 있으나, 신당 추진 동력의 핵심이 새로운 정치이기 때문에 구태 정치의 한 축인 민주당과 전략적 제휴란 신당의 자멸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새로운 정치로 표현되는 정치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 이번 기회는 유권자들이 신당을 전면에 내세우든 불쏘시개로 활용하든 정치 정상화의 물꼬를 틀 절호의 기회다. 지금까지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과 분열 구조에 기대어 철옹성같이 견고하게 유지되어 온 정치시장의 복점 균형에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외교, 안보, 경제 모든 분야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내외 거센 파고를 맞으며 선진국으로 항해하는 한국호가 저성장이라는 덫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하고 있다. 정치가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서의 정상화가 시급한 이유는 더 이상 지연될 경우 한국호가 정체가 아니라 좌초될 수 있는 매우 절박한 시점이기 때문이다./이인권 전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 글은 한국경제연구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