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권 최고의 난제로 지목받아온 우리은행 매각이 결국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항로를 수정했다. 정부의 30% 지분을 4%에서 8%까지 쪼개서 매각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 측은 일단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6년을 끌어온 매각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지만 '공적자금 회수'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지금부터 불붙을 조짐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이날 제125차 정례회의가 종료된 직후 금융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정부가 보유 중인 우리은행 지분 30%를 4~8명의 과점 주주에게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최종 의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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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 최고의 난제로 지목받아온 우리은행 매각이 결국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항로를 수정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윤창현 위원장이 22일 오후 제125차 정례회의가 종료된 직후 금융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미디어펜 |
공자위 윤창현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금융위 기자실에서 직접 브리핑을 주관하며 해당 내용을 공지했다. 그는 "작년 10월 공자위 업무를 맡은 이후 10개월의 산고를 거쳐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발표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윤 위원장은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신속한 매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고수해 온 경영권 매각방식을 더 이상 고집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12월까지 무려 네 차례에 걸쳐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현재 정부(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 지분 51%를 보유 중이다. 콜옵션 이행을 위한 2.97%를 제외해도 48.09%가 남는다. 이 가운데 30%를 투자자 1인당 4~8%씩 쪼개 파는 게 과점주주 매각 방식의 골자다. 윤 위원장은 "수요점검 결과 경영권 매각은 쉽지 않았지만 과점주주 매각 참여를 원하는 수요는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우리은행 매각은 ①투자의향서(LOI) 접수 ②입찰의 단계를 밟아 진행된다. 낙찰자 선정은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을 따라서 입찰가격 순으로 결정된다. 공자위 측은 실제 투자 의사가 있는 이른바 '진성투자자'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본적으로는 입찰가격이 중요하지만 낙찰된 투자자가 이사회 등을 통해 경영에도 참여하는 만큼 '비가격요소'도 일부 반영된다. 가장 대표적인 비가격요소로는 '국적'이 언급된다. 중국계 펀드나 사모펀드가 참여할 경우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한 요소다.
일단 윤 위원장은 "비가격요소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바 없다"면서 "국적에 대해서도 우리가 이걸(국적을) 차별할 이유는 없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공자위 측은 추후 비가격요소의 구체적인 지표와 기준을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입찰 희망자들이 가급적 많은 물량을 매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물량 규모별로 인센티브가 마련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6% 이상의 지분을 낙찰 받는 자의 추천 사외이사 임기는 3년, 6% 미만 낙찰자의 추천 사외이사 임기는 2년 등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세부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LOI 접수 이후~입찰 전까지 공자위가 내용을 결정한다.
공자위는 오는 24일 매각공고를 내고 내달 23일 투자의향서를 받는다. 이후 11월 중으로 낙찰자 선정을 완료한 후 연내 매각을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원래대로라면 현직 이광구 은행장의 임기가 12월로 만료되지만 매각 일정에 따라 이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무렵까지 자동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은행은 공자위의 발표 직후 "대대적 환영" 의사를 밝히며 과점주주 매각 방식에 대한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이광구 행장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행내 방송을 통해 "정부의 확고한 의지에 은행 재무성과까지 뒷받침돼 금번 매각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은행은 올해 2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실적 면에서 선전했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이 해외 IR 스케줄을 바쁘게 소화하며 우리은행의 투자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애쓴 것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노동조합 또한 당국 결정에 "적극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과점주주 매각 식에 대한 우려도 일부 존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은행에는 도합 12조 8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예보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주당 약 1만 3000원은 받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현재 1만원 대를 오가고 있는 우리은행 주가로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당국에 대한 '혈세낭비' 비판은 불가피하다.
공자위 한 관계자는 "이번 과점주주 매각으로 민영화에 청신호가 켜지면 향후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후 남아 있는 예보 보유 지분을 추가 매각하면 공적자금 회수도 가능하다는 계산이지만 이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선도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공적자금 회수 측면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매각 시점을 앞당겨 결국 현 정권 내에서 작업을 완료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우리은행 주가를 고려할 때 그동안 투입된 만큼의 자금을 회수하는 건 다소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드러냈다.
'과점주주 매각' 뉴스가 나온 이날 우리은행 주가는 1만 250원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0.97% 하락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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