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법제화 의지 천명…"좌파의 거짓 우기기는 절호의 기회"
[미디어펜=한기호 기자]20대 국회 들어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건국론' 여론전에 가장 먼저 앞장서온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우리는 더 이상 이 논쟁을 피할 수 없다"며 "건국은 더 이상 논란의 영역에 남겨놓아선 안 된다. 그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전희경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의 건국과 그 의미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한 건국절 법제화 의지를 다졌다.

이날 행사는 전희경 의원, 김학은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전 이승만연구원장),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 토론자로 나서 1948년 8월15일 건국론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야권의 주장인 '1919년 임시정부 건국론'이 가진 모순점을 지적했다.

행사에는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심재철 국회부의장, 한선교 의원 등 4선 이상 중진들과 김기선 김승희 김종석 박순자 박인숙 성일종 윤상직 윤종필 이명수 이종명 정종섭 추경호 하태경(가나다순) 의원 등 총 17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했다.

   
▲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의 건국과 그 의미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전 의원은 인사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 68주년' 언급을 향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얼빠진 주장' 비난 사건이 토론회 개최 취지가 됐음을 밝힌 뒤 "대한민국 1948년 건국을 부정하거나, 혹은 이날로 건국일을 확정하는 걸 우려하는 건 두 그룹이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 쪽은) 1945년 해방 이후 이념투쟁에서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자유민주주의 위에 성립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라며 "또 하나는 1948년을 독립의 건국 원년으로 인정하면 그 이전의 독립, 주권회복을 위해 노력한 분들의 노고가 폄하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가진 분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자에 대해 "타협 없이, 원칙론으로 밀고 들어가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알려줘야 한다"고, 후자엔 "건국이 그분들의 헌신과 피와 땀의 발판 하에 섰음을 기억하는 시작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또 설득드려야 한다"고 한 뒤 "우리는 더 이상 이 논쟁을 피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출발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세계 유일의 학생들로 자라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과 1948년 건국론을 함께 주도해온 심재철 부의장은 축사에서 대다수 학생들이 건국일을 모르는 교육현실을 "명백히 잘못됐다"며 "국경일에 관한 법을 우선 뜯어고쳐야 한다. 당론으로 추진해도 좋을 것"이라면서 "이 일을 반드시 전 의원을 앞에 세워두고 이루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2일 전희경 의원실이 주최한 건국절 관련 토론회에 당 지도부급 인사로선 처음으로 참석해 축사에서 야권의 1948년 건국론 반대 논리에 대해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11일이 건국일이면 독립운동은 왜 한 것인지 헷갈리는 사람도 많다"며 "진영논리로 건국의 의미를 마음대로 훼손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사진=미디어펜


지난 17일 당대표·최고위원·중진 간담회에서 건국절 주장으로 야권에 포문을 열었던 정진석 원내대표도 축사에서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격언은 역사관도 마찬가지"라며 "여러 지혜와 뜻을 모아 올바로이 확립되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된 역사관이자 가치"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야권의 반대 논리에 대해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11일이 건국일이면 독립운동은 왜 한 것인지 헷갈리는 사람도 많다"며 "진영논리로 건국의 의미를 마음대로 훼손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김학은 교수가 첫 토론자로 나서 대표적 국가승인 이론인 '몬테비데오 협약'을 근거로 1919년 건국론을 반박했다. 몬테비데오 협약은 ▲영구적 주민(국적을 지닌 시민) ▲명확한 영역(영토) ▲정부 ▲타국과의 관계를 맺는 기능(주권) 4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집단을 국가로 규정한다.

김 교수는 ▲식민국으로부터의 독립 ▲시민에 의한 헌법 제정과 선거 실시 ▲공화국 수립 선포 과정을 거친 미국과 아일랜드의 독립사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는 1910년까지 조선조 국왕 신민이었고, 일제 강점을 당하면서 1945년 9월 미 군정이 들어서기까진 일왕의 신민이었다. 1948년까지는 미 군정하에 미국도 일본 국적도 아닌 상태의 시민이 됐다"며 "주권재민을 행사한 게 1948년 5월10일 총선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1919년 4월11일 임시정부는 대단히 역사적으로 의의가 깊지만 불행히도 당시 우리 조상들은 국적이 일왕의 신민이었다. 주권재민이 발현될 여건이 아니었다"며 또 "임시정부 요인의 국적이 불행히도 중국 아니면 미국이었고, 이승만 박사는 무국적자였다"면서  1919년 건국론을 인정하면 '외국인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격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왼쪽부터)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 김학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2일 전희경의원실이 주최한 건국절 관련 토론회의 패널로 나서 1948년 건국론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1919년 건국론의 모순점을 지적했다./사진=미디어펜


다음 순서에서 전 의원은 1948년 건국 반대론자들의 '단골메뉴'인 제헌헌법·현행헌법 전문과 관련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근대국가다. 법이 있고, 그 법을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직접 선거해 의회를 구성했고, 헌법을 만들어 근대국가를 수립한 정신적 뿌리를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 자랑스러운 사람들이라는 걸 적어놓은 '정신적 영역'을 근대국가라는 외피를 갖고 설명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1948년 8월15일 건국한 대한민국은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로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았다"면서 "이분들은 머릿속에 국민이 법을 토대로 세운 '근대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들어있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반대론자들이 '독립세력'과 '건국세력'을 양분해 이간질하고 있다면서 "임시정부에서도 독립운동과 따로 건국 활동을 스스로 해 만들어진 게 건국강령이다"며 "1948년 8월15일 건국이 안된다는 건 대한민국이 태어나선 안 될 나라라는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의 통일조국을 건설 못했다는 반감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근일 전 주필은 1948년 건국을 입증할 3가지 사례로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공식 어록을 제시했다. ▲정부수립 당일 경축사에서 '민국이 새로 탄생한 것을 경하한다'는 언급 ▲1949년 3·1절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이 설립된지 처음으로 이날을 경축하게 됐다'는 언급 ▲1949년 8월15일 정부수립 1주년 기념식에서 '민국건설 제1회 기념일인 오늘'이라는 언급 등이 그 내용이다.

류 전 주필은 한발 나아가 현재 야권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건국 50주년' 각종 기념사업 추진과 광복절 특별사면 사례도 들었다. 반면 이승만 대통령의 '정부수립' 언급 사례가 건국절 부정 근거로 제시되는 데 대해서도 "입법과 사법부에 이어 마지막 정부까지 만든 게 8월15일이라는 것이지, 그것만 똑 떼서 '나라를 세운 게 아니다'고 하는 건 말장난"이라고 일축했다.

류석춘 교수는 "1919년 3·1운동과 우리 민족의 정신이 독립의 중요한 계기가 됐지만 나라가 선 것과는 다르다"며 건국을 사람의 탄생 과정에 비유, "1948년은 대한민국 생일이고 1919년은 임신일 수도, (부모님이) 연애 시작일 수도, 앞으로 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일 수 있는데 이게 그날의 의미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또 "1919년 임시정부는 사실 6·25로 상징되는 이념대립, 남·북편 사람들이 합작으로 모여있던 것"이라며 "1919년설을 주장하면 남북 이념대립을 희석시키고, 실제 당시 있었던 좌우합작 노력을 높이 평가해 정통성을 북한에도 나눠갖게 하는 치밀한 계산과 대국민 선전선동의 일환"이라면서 "6·25로 남한에 그렇게 피해를 많이 준 김일성 집단에게도 정통성을 주겠단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이 발언을 마친 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지켰던 의원들의 소감 발표가 이어졌다.

   
▲ 8·9전당대회 이후 잠행했던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전희경의원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건국절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아이들에게 (국정) 교과서가 배포되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정신무장을 하는 게 분명히 필요하다"면서 주변에 역사교육 정상화 설파 노력을 해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사진=미디어펜


8·9전당대회 당대표선거 낙마 후 이날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한 한선교 의원은 "아이들에게 (국정) 교과서가 배포되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정신무장을 하는 게 분명히 필요하다"며 지역구 한 고교에 특강을 가 학생들에게 "(국정교과서는) 정권의 불의의 이익을 위해 만드는 게 아니다. 만들어지면 열심히 보고, (사실이) 아닌 것이 한 줄이라도 있으면 다 찢어버리고 던져버리란 얘기를 자신있게 했다"고 주변에 역사교육 정상화 설파 노력을 해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9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특위 위원을 지낸 박인숙 의원은 "우리가 이론적으로 설명을 해도 항상 저쪽에서 궤변을 갖고 나오면 못당한다"며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연평해전과 같이 이승만 대통령의 스마트함과 국제정세관이 아니었으면 우리 모두 북한 치하에 살았을 것이라는 팩트를 학생들에게 잘 알려주도록 영화화하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 윤상직 의원은 "북한의 (1948년 9월9일) 건국 주장부터 부정해야 한다"며 "북한도 1919년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좌파진영 논리의 허점을 찾아 공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 헌법상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북한마저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된 모순적 상황을 타파할 '보편 타당한 논리' 개발을 주문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이번 건국절 논쟁에 대해 "논쟁이 아닌 것을 자꾸 논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명확한 진실이 진실이 아닌 영역처럼 자꾸 사회에 남는다. 저쪽 사람들이 그렇게 끌고가면 어느 쯤에서 타협점이라고 우리가 계속해서 양보를 하는 식으로 역사가 망가져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48년 건국론 제기가 '정치쟁점화'라는 일각의 비난해 대해 "상습적인 방법"이라고 일축한 뒤, 공론에 부쳐 결론을 내자는 주장에도 "말은 맞지만 역사적 진실이 투표에 의해 결정될 것은 아니다. 사료를 갖고 전문가들이 입증해 정설은 이것이고, 나머지는 소수의견이라고 하면 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과서조차 그게 해결이 안 나서 국정교과서를 피치못하게 만드는 상황까지 왔다. 이제 건국은 더 이상 논란의 영역에 남겨놓아선 안 되고, 그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저쪽이 자꾸 사실이 아닌걸 우기기 때문에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 놓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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