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제 걱정? 빨리 올라오라" 채근…손 "가만히 있는게 도리 아닌 듯"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더불어민주당 주류와 친문계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지난 13일 극비리에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가'제3지대 정계개편'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8·27 전당대회를 통한 당내 권력지형 재편을 앞두고, 향후 대선 국면에서의 킹메이커 역할을 시사해온 김종인 대표가 박원순·안희정·김부겸·이재명 등 야권의 잠룡들과 비공개 만남을 이어온 가운데 회동 사실이 알려졌으며, 손 전 고문 역시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야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의 "서울 올 일 있으면 한번 보자"는 제안에 의해  손 전 고문이 13일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김 대표와 배석자 없이 2시간여 동안 반주를 곁들어 비공개 단독 만찬 회동을 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비공개지만, 두 사람은 손 전 고문의 거취를 비롯해 민생 및 남북관계 등 현안과 당내 상황, 그리고 대선 등에 관한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손 전 고문은 이 자리에서 "나라가 걱정이다. 특히 경제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해결될지 걱정"이라고 했고,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그런 걱정을 하려면 지방에 틀어박혀서 해봐야 소용이 없다. 시정하는 쪽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빨리 올라오시라"고 채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고문은 또 "옛날에는 한국경제가 잘 굴러가는 걸로 생각했는데, 최근 조선 구조조정 등을 보니 경제가 벽에 부딪혀 가만히만 있는 게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정계 복귀의지를 한층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최근 퇴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계획과 관련 "더민주가 아닌 경제민주화를 위한 역할을 맡겠다"고 활동무대를 더민주로만 한정짓지 않았고, 손 전 고문도 '새판짜기론'을 내건 바 있어 복귀 후 제3지대행 등 정치권 재편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대표는 앞서 최근 손 전 고문과의 회동 이후인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경우에 따라 친박, 친문을 떼어내고 중간지대에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아직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안보인다"는 그동안의 언급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와 멀어져온 김 대표는 퇴임 후, 손 전 고문은 복귀 시 친문진영의 당 장악이 점쳐지는 전대 이후 입지가 좁을 것이란 점도 이번 회동이 유력 대선후보군인 문 전 대표 견제 차원이자 제3지대 정계개편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편 손 전 고문은 국민의당으로부터도 노골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어 정계 복귀 향방은 아직 안갯 속이다.

손 전 고문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형규 목사의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하고 있던 중,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로부터 "예전에 하신 말씀대로 '저녁이 있는 삶'이 정말로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라며 만남 제의를 받았다. '저녁이 있는 삶'은 손 전 고문의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슬로건이다.

안 전 대표는 "언제 한번 편한 시간에 따로 뵙고 격차 해소 문제에 대해 깊은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했으며, 손 전 고문은 "언제 한번 좋은 자리를 만들어 얘기를 나눕시다"라고 화답하면서도 구체적 시기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손 전 고문은 이보다 앞선 17일 전남 강진에 있는 자신의 토담집에 직접 찾아온 더민주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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