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전당 대회가 끝나더라도 당을 위해 기여할 것으로 본다"-문재인 전 대표
"세상이 변하는 걸 모르고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아 답답하다"-김종인 대표
8·27일 전당대회를 나흘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의 극명한 입장차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2일 부산에서 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단과 오찬을 하면서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 대해 "전당대회 이후에도 당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희망섞인 기대감을 나타냈다.
27일이면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김종인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우에 따라 친박계, 친문계를 떼어내고 중간지대에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동안 친문계와 각을 세워왔던 반문감정을 여과없이 내비쳤다.
결별 수순은 예고된 것이라는 정치권의 분석을 뒷받침 하듯 김종인 대표는 최근 잇단 광폭행보로 야권 재편의 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대표는 범야권 거물급 인사들과 만남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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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7일 전당대회를 나흘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가 극명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이 떠난 더민주의 문재인과 문재인을 떠난 김종인의 행보에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3일에는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과 회동한 자리에서 손 전 고문에게 "고민만 하지 말고 서울로 올라오라"며 정계복귀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의 잠룡들과도 비공개 만남을 가져왔다. 지난달에는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와 만났고,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도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를 넘나드는 차기 대권주자들과의 만남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종인발' 정계 개편론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김종인 대표의 만남은 차기 문재인 전 대표와 경쟁자의 입장에 있어 '반문연대'를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도 "경제민주화에 신념을 가진 대권주자가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 더민주와 결별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친노·친문 패권주의와 운동권 청산을 줄곧 주장해 왔다. 당 정체성을 놓고도 첨예한 대립을 이어온 김 대표는 8·27전대를 계기로 친문 세력의 지도부 장악이 유력해지자 견제와 동시에 연대를 모색하는 이중 포석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전당대회가 끝나더라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당을 위해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진행 중인 당 대표 선거에서는 철저하게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패권정치·운동권 청산이라는 김 대표의 꿈은 더 이상 더민주에서는 펼쳐질 수 없음은 명약관화다. 비례대표 파문으로 결별 위기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봉합되기는 했지만 마음의 상처는 깊었다. 김 대표는 심심치 않게 문 전 대표의 대권주자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고 당 정체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며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최근에는 사드배치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 당권주자들까지 모두 사드배치 반대를 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사드 배치는 한미방위조약 일환으로 주한 미군이 필요하다면 거부할 수 없다. 한미방위조약 토대 위에 안보와 경제 성장이 있었다. 한반도는 휴전 상황이다. 반대하면 우리가 한미방위조약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라며 홀로 독전하고 있다.
동상이몽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문재인과 차기 대권주자로 문재인을 응원하지 않는 김종인. 김종인이 떠난 더민주의 문재인과 문재인을 떠난 김종인의 행보에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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