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들, 후임지도부에 '분열 자제' '호남 배려' 당부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 211일째인 24일 오전 국회에서 마지막 회의를 가지며 사실상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날 마지막 회의에서도 일명 '서별관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와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 민감한 정국 현안이 거론됐지만, 7개월여간 비대위를 이끈 김종인 대표에 대한 감사와 차기 지도부에 대한 당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회의 모두발언에 앞서 김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 전원은 기념 촬영을 가진 뒤 그동안 비대위 활동에 대한 소회를 남겼다. 다만 모두발언 첫 순서였던 김 대표는 현안 관련 언급만 한 뒤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우 원내대표는 "오늘 비대위 마지막 회의라고 하니 저까지 괜히, 사퇴를 해야하는 건지 싶다"며 너스레를 떤 뒤, "이번 비대위원들이 가장 안정적이고 단합이 잘 됐다"며 "후임지도부는 이 전통과 기품을 이어받아 더민주를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나아가자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 임기 종료를 사흘 앞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운데)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마지막 비대위원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영 의원, 김종인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양승조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을 4개월 정도 했다"면서 "지도부가 내부분열, 내부갈등을 야기하고 표출하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지도부임을 차기 지도부가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짧게 발언을 마쳤다.

다음 순서인 김영춘 위원은 "왜 이렇게 짧게 하냐"며 양 위원에게 장난 섞인 핀잔을 주기도 했다.

정성호 위원은 "비대위원으로서 처음으로 발언한다. (그동안) 할 말이 없어서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며 "김 대표와 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위원들이 품위와 책임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면서 "후임 지도부도 절제, 품위,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양 위원과 같은 취지의 당부를 남겼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인 김현미 위원은 "김 대표와 함께 비대위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시야가 넓어졌다. 다음 지도부도 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게 할 수 있는 지도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호남에 대한 배려 요청도 있었다. 이춘석 위원은 "당대표 후보들이 한분도 전라북도 당대표 연설에서 지역 현안에 대해 언급조차 안했다"며 "새로운 지도부에서는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개호 위원은 "광주·전남은 전북보다 심각하다"며 "광주·전남을 되찾지 못하면 우리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고 내년 대선에서의 '호남 낙관론'에 대한 경고를 남겼다.

김 대표는 는 회의 직후 '경제할배 김종인 대표님의 헌신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패를 드린다'고 쓰인 감사패를 받았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형상의 감사패를 받은 김 대표는 "나 별로 늙지 않았는데 왜 자꾸 할배라고 하냐"며 웃으며 답했다. 김 대표는 1940년생으로 20대 국회의원 중 최연장자다. 

한편 비대위는 앞서 지난 1월 27일 당시 중앙선대위원장을 대표로 내세워 출범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 설계를 주도했던 김 대표를 영입한 결과로, 당시 정치권에 큰 충격이었다.

비대위는 비례대표 공천 문제로 사퇴 파동을 겪었으나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4·13총선을 진두지휘해 의석 123석 확보라는 대승을 거뒀다. 안철수 의원을 필두로 한 국민의당과의 분당사태로 짙게 드리웠던 패배 전망을 뒤엎고 총선 결과 원내 제1당을 차지해 두 번째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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