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 야권연대 놓고 갈등으로 사퇴한지 6개월만에 대면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을 함께했으나 4·13총선 야권연대 여부를 놓고 사이가 멀어진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6개월 만에 대면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24일)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인 간담회에 참석한 뒤 밤늦게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김한길 전 선대위원장의 형님상 빈소가 차려진 강남성모병원으로 향한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과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5월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잠시 인사와 악수를 나눈 적은 있으나 직접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건 6개월여 만이다.

빈소에서 이들은 예의를 갖춰 서로를 대했지만 어색한 기류가 감돌았다. 

조문을 마친 안 전 대표는 "형님께서 지병이 있으셨나. 아직 돌아갈 나이가 아닌데"며 위로의 말을건넸고, 김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손을 맞잡으며 "제 선친께서 69세 되시던 해 8월에 돌아가셨는데 형님도 69세에 돌아가셨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왼쪽)가 24일 오후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형인 김밝힘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김 전 선대위원장의 배웅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접객실로 자리를 옮긴 뒤 안 전 대표는 "요즘도 자전거를 계속 타시냐"고 물었고 김 전 위원장은 "네,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 신문을 보니 호남에 가신다면서요"라고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그러자 안 전 대표는 "주말에 호남에 간다. 저는 계속 운동을 하는데, 오늘 아침에도 중랑천을 5㎞ 정도 쉬지 않고 뛰고 왔다"고 말했고, 김 전 위원장은 "저는 강가에서 자전거를 탄다. 벤치에서 한두 번 쉬긴 하는데, 힘들어서 쉬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안 전 대표가 "작년보다 훨씬 더 건강해 보이신다"며 "계속 건강관리 잘 하시라"고 하자 김 전 위원장은 "사실 형님이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에서 (제가) 몇년 안 남았다, 그런 생각도 한다. 하여간 건강하시라"고 당부했다.

안 전 대표가 다른 언론인 빈소 두 곳의 조문을 가기 위해 일어나자 김 전 위원장은 "요새 너무 일정이 힘드시겠다"고 했고, 안 전 대표는 "건강관리 잘 하시라"고 거듭 김 전 위원장을 챙겼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은 안 전 대표 옆에 앉은 최원식 국민소통본부장을 향해 "어떤 당직을 맡고 있느냐"고 물은 것 이외에 당 관련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고, 대화는 10분이 채 안 돼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 3월 야권통합·연대 요구를 안 전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자 김 전 위원장은 이에 반발,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총선 불출마마저 선언했다.

이후 두 사람의 전략적 제휴는 사실상 소멸했고 그동안 별다른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같은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안 전 대표가 자리를 뜬 직후 김 전 위원장 형님상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위원장은 박지원 비대위원장과는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기소돼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박선숙·김수민 의원의 당원자격,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난항, 사드 배치 등 다양한 현안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 전 위원장은 또 박 위원장에게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인사와 예산이냐"고 물었고, 추경안 처리 지연에 대해 "(3당이) 서로 다 발목이 잡혀 있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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