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전매제한‧집단대출 가이드라인 등 빠져…"가격부양 정책일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첫 '주택공급 관리' 방안이 포함됐지만 실효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주택과잉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여서 집단대출 버블현상을 줄이겠다는 판단이지만 '분양권 전매 제한'과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마저 제외되는 등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25일 제14차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거쳐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발표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증가세가 둔화된 개별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달리 증가세가 오히려 가속화된 집단대출 대책에 많은 비중이 할애됐다. 당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권 개별 주담대 증가규모는 22조 2000억 원 감소했지만 집단대출 증가규모는 13조 1000억 원이나 확대됐다.

   
▲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주택공급 관리'로 맞춰졌지만 실효성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정부는 주택 과잉물량으로 집단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탓에 주택공급 축소 카드를 꺼내든 것.

정부는 2014년 이후 급증한 아파트 분양물량을 지목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택지 '매입' 단계부터 적정 주택공급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LH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2015년 6.9㎢, 12만 8000호에서 올해 4.0㎢, 7만5000호까지 줄일 계획이다.

이외 PF대출 보증 신청시점 조정 등 요건 강화, 금융기관 PF대출 취급 시 심사 강화, 택지매입 전 분양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사업성 심사를 통해 주택 과잉공급을 사전에 차단하는 HUG '분양보증 예비심사' 도입 등의 방안이 발표됐다.

이번 대책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핵심'을 빗겨나갔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우선 문제의 핵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식 대응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는 최근 논란이 된 분양권 전매 제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브리핑 현장에서 "주택 시장 상황을 봤을 때 분양권 전매 제한을 하면 둔탁한 규제가 되고 주택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며 전매 제한을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최근 분양 시장에 전매를 염두에 둔 가수요가 최대 90%까지 거품으로 끼어있다는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관점과도 다소 배치되는 대책이다. 이들은 당국에 '전매 제한'을 강력하게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중은행 부동산 부문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공급물량 감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이미 '폭탄' 수준으로 악화된 가계부채 문제의 본질과는 괴리가 상당히 크다는 생각"이라고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한편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이 제외된 부분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국은 향후 상황을 조금 더 관망한 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단계별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뜻만 밝혔다. 앞으로도 당분간 가이드라인 적용은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홍익대학교 전성인 교수는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한 마디로 가계부채 대책이 아닌 주택가격 유지정책"이라며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는 명분은 내세웠지만 실질적인 부분은 현재의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겠다는 정도 뿐"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아울러 전 교수는 "현재의 빚을 다른 빚으로 바꿔주겠다는 정도로는 대책다운 대책이라 할 수 없다"며 "진정한 가계부채 대책이라면 가처분소득이 줄어 부채상환을 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줬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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