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 빚이 2분기에도 33조원 넘게 증가하며 1250조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로는 54조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했지만 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2분기에만 사상 최대인 10조원 넘게 폭증하는 등 '풍선효과'가 더욱 커졌다.

한국은행은 2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이 125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잔액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짊어진 빚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가계가 은행이나 보험, 대부업체, 공적금융기관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뿐 아니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과 할부금융 등 판매신용까지 합친 금액이다.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1223조7000억원보다 33조6000억원(2.7%) 증가했다.

2분기의 가계신용 증가액은 1분기 증가액 20조6000억원보다 13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며, 작년 4분기 38조2000억원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 규모다.

작년 2분기 말의 가계신용 잔액 1천131조5천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25조7000억원(11.1%)나 급증한 셈이다.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2분기 말 잔액이 1191조3000억원으로 1분기 말보다 32조9000억원(2.8%)이나 늘었다. 분기 증가액이 1분기 20조5000억원보다 12조4000억원 많다.

금융권별로 보면 예금은행은 2분기 말 잔액이 586조7000억원으로 1분기 말보다 17조4000억원 증가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2분기 중 13조원 증가해 잔액 420조원(420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은행의 기타대출은 166조6000억원으로 2분기 중 4조4000억원 늘었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농협,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2분기 말 현재 266조6천억원으로 1분기 말보다 10조4000억원이 급증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의 증가 폭이다. 대출심사 강화로 은행의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된 가계가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 몰린 탓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이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4조9000억원 증가한 107조1000억원, 기타대출은 5조5000억원 증가한 159조5000억원이다.

업권별로는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폭인 5조5000억원 급증해 160조6000억원에 달했다.

보험, 증권, 카드 등 기타 금융기관은 2분기 중 5조1000억원 늘어난 338조원으로 집계됐다. 판매신용 잔액은 2분기 말 현재 6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1분기 말보다 7000억원 늘었다. 신용카드는 7000억원 늘었고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 판매회사도 1000억원 증가했지만 할부금융은 1000억원 줄었다.

이상용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모니터링 결과 은행권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2금융권 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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