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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주필 |
유력 언론인 S씨의 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금을 '청와대 대(對) 조선일보'의 전면전 상황이라고 규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건 한가한 경마장 식의 관전평에 불과하다. 한겨레 등 좌파매체는 또 다른 시각을 보이는데, 그들은 언론 길들이기라며 펄펄 뛴다. S씨 의혹과 우병우 문제는 별개라며 희한하게도 조선일보 편을 드는 것이다.
둘 다 아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부패기득권 세력' 조선일보가 국민-독자를 기만해온 제작태도의 문제이며, 모럴 해저드의 끝판왕으로 떠오른 그 회사 주필의 병든 언론윤리가 핵심이다. 때문에 지난 주말 조선일보가 "우리회사 주필 송희영이 맞다"고 확인해준 것을 기점으로 유력 언론인 S씨 문제는 이미 '대형 언론게이트'의 문을 열어 버렸다.
분명한 건 이번 일로 조선일보는 창간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이미 드러난 것만으로 자칭 1등 신문의 실수는 크고 위중하다. 더욱이 이번 일은 지면제작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단순 오보(誤報)나 단발성 실수가 아니다. 건전한 정부 비판과도 썩 구분된다.
왜 초대형 '언론 게이트'가 맞는가?
조선일보, 그들은 처음부터 별도의 음험한 정치적 목적을 품고 있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출발 자체가 순수하지 못한 채 실체가 없는 의혹을 만들어내고 '음모론적 지면'을 꾸몄다. 그런 지면제작에 무려 1개월 동안을 몰입했고, 대통령 최측근인 민정수석 한 명을 찍어내려 했다. 그 바람에 국정이 헝클어졌고, 사회여론을 온통 황폐화시켰다.
"국정을 늪으로 끌고 가는 우병우". 지난 8월20일자 조선일보 1면 사이드톱 제목이 그렇게 악의적이었는데, 국정을 늪으로 끌고 간 원인제공자는 엄연히 조선일보였다. 대체 왜 저렇게 날뛸까? 독자들은 그게 궁금하던 차에 그 동기와 배경이 대강 드러난 게 지금 상황이다. 그럼 당장 조선일보는 무얼 해야 옳을까? 편집-경영진의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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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의 '우병우 죽이기'는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옅보인다. 조선일보는 무려 1개월 동안을 대통령 최측근인 민정수석 한 명을 찍어내려고 지면을 대대적으로 할애했다. 그 바람에 국정이 헝클어졌고, 사회여론을 온통 황폐화시켰다. /연합뉴스 |
검찰 조사와 별도로 자체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1백년 가까운 조선일보 역사를 먹칠한 이번 사건을 추스르고 땅에 떨어진 독자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시간도 별로 없다. 이미 알려진 대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유력 언론인 S씨’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상황이 성큼 바뀌었다.
김진태 새누리 의원이 26일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9월6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그리스 산토리니까지 호화 전세비행기를 이용했는데, 유력 언론사 논설주간이 동승했다"고 밝힌 것이다. 대우조선이 검찰수사를 받는 가운데 그 회사와 언론인 S씨 사이의 유착 의혹이 확인된 것이다.
꼭 일주일 전 청와대로부터 '부패 기득권 세력'이란 반격을 받고 코너에 몰린 조선일보로서는 또 따른 악재의 등장이다. 그들은 바로 해명했다. 그들은 "2011년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 사태 당시 대우조선의 공식 초청"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걸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관심은 항간의 소문대로 송희영이 명품 가방-시계 외에 현금(3억 원대)을 수수했는가의 여부다, 그건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송희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는 순간 그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다. 마침 검찰은 송희영 소환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어제 밝혔다.
송희영의 출두는 부패기득권 언론의 뇌관이자, 조선일보 게이트의 문을 여는 신호탄인데, 세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 언론사 핵심 간부가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유럽여행 전세기에 동승했고, 그것도 비리 의혹에 연루된 여성 로비스트와 함께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썩 개운치 않다.
도덕적 해이의 끝판왕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건 둘째 이유 때문인데, 전세기 여행을 전후해 대우조선에 우호적인 내용의 사설-기획특집 기사가 조선일보에 봇물을 이뤘다. 이것이야말로 단발성 오보나 실수와는 차원이 다르며 한 언론의 구조적 타락을 잘 말해준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게 세 번째 이유인데, 송희영 문제는 한 구악(舊惡)기자의 비리 차원이 아니라 우병우 죽이기 지면과 선후 관계를 이룬다. 그래서 잘 들여다 봐야 하는데, 필자가 썼던 글대로 송희영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자 조바심을 냈다. 자신에게도 칼끝이 다가올까 봐 돼 조선일보 법조팀에 수차례 수사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등 전전긍긍을 했다.
이번 사건은 '언론 타락'의 끝판왕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가 조선일보에 있었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안다. 즉 송희영 문제와 발도로 조선일보 간부가 개인적 민원 해결을 우병우 수석에게 요청했으나, 그때마다 거절당해 그를 괘씸죄로 손보기로 작심했던 게 올해 봄 이후 상황이다.
개인적 비리를 갖고 있는 송희영과, 분풀이를 벼르던 그 회사의 간부는 어느덧 같은 목표를 갖게 된 것이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둘은 정부 비판 선제공격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송희영으로선 그래야만 자기 안전을 도모할 수 있고, 오너로서는 그렇게 무력시위를 해서라도 사적(私的) 감정을 풀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끝내 우병우 죽이기와 청와대 흔들기 지면이라는 최악의 괴물 지면을 낳고 말았다.
또 있다. 그건 조선일보가 생각하는 박근혜 정부 이후의 미래권력에 줄을 대려는 '검은 흥정'의 몸짓이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게 한 달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며 했던 발언이다. 당시 대통령 말이 이러했다.
"소명의 시간까지 고난을 벗 삼아 소신을 지켜가기 바란다." 그 발언은 우병우, 사드 등 현안과 관련해 부당한 외부공격에 흔들지 않고 정면돌파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변이 없는 한 우병우 수석의 사퇴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청와대-조선일보 갈등을 뒤에서 타협하는 일 등 또한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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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호화 유럽여행 로비를 받았다는 유력 언론사 고위간부는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디어펜은 송 논설주간이 남상태 전 사장, 박수환 대표와 함께 TAG에 탑승한 사실을 TAG항공에서 제시한 전세기 이용실적 명단을 확보했다./미디어펜 |
조선일보가 배워야 할 BBC의 사례
남은 건 사실관계 규명과 합당한 처벌이다. 동시에 국민적 의혹에 쌓인 1등 신문 조선일보의 태도가 중요하지 아닐까? 참고로 영국 BBC의 2003년 오보 파동이 지금 청와대-조선일보 갈등과 비슷하다. 당시에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가 이슈였다. BBC는 "블레어 정부가 이라크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라크가) 45분 내에 WMD를 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포함시키는 정보조작을 했다"는 내용의 뉴스를 내보냈다.
블레어 정부가 발끈하면서 정부와 공영방송이 사생결단 혈투를 벌였다. 끝내 미소를 지은 건 블레어 총리였다. 별도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BBC 보도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BBC 제작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진상보고서 결과가 나오자 BBC 이사장과 사장이 바로 동반 퇴진했다. 공영방송으로는 재앙에 다름 아닌 일이 터진 것이다. 그럼 몸살에도 지금 영국 국민의 67%는 여전히 BBC를 신뢰한다. 왜 그럴까? 그게 중요하다. 수뇌부의 발 빠른 대처로 공영방송의 신뢰도를 회복한 선제적 조치 때문이다. 그 점을 조선일보가 잘 유념해보길 바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 사건은 언론 윤리를 저버린 대형 게이트에 다름 아니다. 1970년대 이후 1등 신문의 자리를 지켜온 조선일보가 자만한 나머지 스스로 무너진 사건이기도 하다. 어떻게 무리한 지면을 만들었기에 정부로부터 ‘부패기득권 세력’이란 반격을 자초했고, 이후 초보적 대응도 못한 채 절절 매는가?
조선일보는 엄연히 이 나라 공공재(公共財)의 하나인데,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독자를 포함한 애국 시민들의 반응은 더 싸늘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필자는 보름 전 '흔들리는 조선일보, 지면에 물샌 지 벌써 10년'이란 다소 혹독한 글(
http://www.mediapen.com/news/view/174468)을 미디어펜에 올렸는데, 그건 조선일보 때리기가 아니라 애정의 매였다.
다시 묻자. 왜 요즘 ‘안티 조선운동을 이제는 우파가 벌여야 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올까? 이번 일을 겪고 조선일보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길 바랄 뿐인데, 그건 결자해지하는 태도 여부에 달렸다. 참고로 송희영 건은 금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우석 주필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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