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묵념'으로 시작…유해성실험 취소·조사 비협조 질타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회에서 26일 열린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국내에서 최대 피해를 야기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의 영국 본사의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또한 레킷벤키저의 2001년 옥시 인수 과정에서 제품 유해성 실험이 중단된 이유 등을 캐묻는 한편 특위 조사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는 점을 질타했다.

앞서 특위는 옥시 본사 관계자 등 총 57명의 증인·참고인 출석을 요구했지만 거라브 제인 전 옥시코리아 대표와 신현우 옥시 전 사장 등 18명은 재판 출석 등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하거나 출석 미확인 상태로 남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문회 첫날인 이날 채택된 증인·참고인 28명 중 옥시 본사 관계자 등을 포함한 13명이 출석 답변을 하지 않거나 불출석 입장을 전해왔다.

특위 위원들은 이날 청문회를 시작하면서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피해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우원식 위원장은 "영문도 모르고,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사망한 산모와 아이, 노인을 포함한 희생자들이 청문회를 통한 진상규명으로 편안히 눈을 감기를 기대한다"고 피해자들을 기렸다.

전직 대표들 없이 홀로 청문회에 출석한 아타울 라시드 사프달 옥시 현직대표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영업하는 국가의 국내규정을 준수하고 있었다. (유해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은 당시 독성유해물질로 분류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6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옥시레킷벤키저와 영국 본사의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사진=미디어펜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은 레킷벤키저와 옥시의 인수·합병이 이뤄지기 전인 2000년 옥시가 제품의 흡입독성 실험 필요성을 인지했지만, 합병이 이뤄지기 전 한국을 방문한 본사 측 요구로 실험을 중단한 내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당시 대표였던 신현우 전 사장의 진술에 의하면 2001년 연구소에 온 본사 측 연구원은 '가습기당번'의 흡입독성 실험을 중단하고 그 자료를 영국으로 넘기라고 했다고 한다"면서 실험이 진행되지 않은 데에는 본사의 개입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요 핵심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거라브 제인 전 옥시 대표 등 옥시 본사 관계자가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레킷벤키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레킷벤키저가 영국 정부의 요청을 이유로 특위의 현지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언급하고 "영국 대사관은 이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본사의 거짓말 여부를 영국정부가 조사해줄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도 "대사관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레킷벤키저가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을 기망하고 속인 것으로, 매우 중대한 사태"라고 가세했다.

이밖에 옥시 측은 과거 제품군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 취소와 관련 "법에 규정돼있었다면 법 위반일텐데, 흡입 독성을 실험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그때까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항변하면서도 "기업윤리상 우선적으로 흡입독성에 대해 검증했어야 한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6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옥시레킷벤키저와 영국 본사의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사진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아타울 라시드 옥시 레킷벤키저 현직 대표(오른쪽에서 네 번째)를 비롯한 증인·참고인단./사진=미디어펜


하태경 의원 등이 '흡입독성 실험 취소 사유가 적절했다고 보느냐'고 추궁을 계속하자 "되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다만 '가습기 살균제 폐 손상' 보고서 거부 사실에 대해선 "분석방법에 대한 차이때문이었다"고 했으며,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고서를 재작성하라는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 "그런 요청은 없었다"고 했다.

한편 특위는 불출석한 증인 중 옥시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허위보고서를 작성해준 혐의로 현재 구속기소 상태인 조모 서울대 교수에 대해 불출석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못했다고 판단, 이날 오후 3시까지 특위에 출석하라며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조 교수는 당초 우울증과 심신 미약을 사유로 불출석을 통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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