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는 취임 첫날부터 역사논쟁을 들어 '박근혜 대통령 때리기'에 나서는 한편 '세월호 유가족 달래기'를 위해 광화문 광장으로 직행하면서 선명한 야당 이미지 확보에 주력했다.

추미애 대표는 29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에 차례로 참배한 자리에서 "오늘날은 대한민국 국민이 하나되는, 통합해야하는 시대 과제가 있다"며 "돌아가신 대통령들도 오늘날 무너진 민주주의와 절박한 민생을 위해서 저 하늘에서 힘을 모아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집권시기를 '민주주의가 무너진' 시기로 규정한 셈이다. 추 대표는 국회로 돌아와 연 최고위원회의에선 "역사를 정권 논리에 따라 함부로 만지려 해서는 안된다"며 좌편향 논란이 일었던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작업과 최근 부상한 8·15 건국절 법제화 등 여권의 노력을 폄하했다.

그는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방문한 것은 독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그대로 풀어가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갖추라는 국민의 뜻을 받든 것"이라고 자평하며 "박 대통령도 그동안 3년 연속 불참한 5.18 기념식과 이명박 정부 이래로 방문하지 않은 제주 4.3 추념식에 참여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두 개의 국민으로 분열 시키지말고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한국의 법통인 임시정부를 부정하려 하는데, 이것은 역사와 현재 그리고 헌법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건국절 때리기' 스탠스에 서면서 박 대통령에게 공세를 폈다.

추 대표는 오후에 서울 효창공원의 백범 묘역을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김구 선생의 기상을 일으켜 지혜를 모으는 역할을 해보겠다"며 "어느 나라든 불의에 맞선 역사는 높이 평가한다"고 거듭 건국절 때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김구 선생은 과거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3일 '내외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성명에서 "이제 우리는 비로소 건국을 향해 가는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건국 과도기'를 언급한 바 있어 추 대표 등 야권이 주장하는 1919년 임시정부 건국론과 전형적으로 궤를 달리하는 인물로 꼽힌다.

추 대표는 이날 여권 인사들과는 지극히 '형식적'인 취임 예방을 진행하면서도 대여(對與) 압박을 잊지 않았다.

오전 중 국회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찾아간 자리에선 "바른 역사를 정립하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일에 서로 잘 소통하자"고 주문한 뒤 통상적으로 공개 회동 후 진행하는 비공개 회동 없이 자리를 떴다.

오후 중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의 대통령 축하난 전달 겸 예방에도 간단한 안부인사와 함께 "더민주가 민심의 대변자가 될 것이니 김재원 수석이 대통령께 잘 전달해달라"고 한 뒤 약 3분만에 자리를 파했다. 

추 대표는 김 수석과의 회동 직후 세월호 일부 유가족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시한 연장 등을 촉구하며 13일째 단식투쟁 중인 광화문 농성장으로 향했다.

추 대표는 이 곳에서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만나 "이제 최고위원 한 분을 정해서 당 차원에서 세월호 대책위를 당대표 지휘 아래 꾸리겠다"며 "국회 안에서 청문회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그것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테니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3당 공조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단식투쟁에 참여한 유족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위로하기도 했다.

세월호 일부 유족과 관련 단체들은 지난 27일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민주 전당대회 현장 인근에서 세월호 특조위 활동시한 연장 등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진상규명 노력을 더민주에 요구하며 전대가 진행되는 동안 피켓시위 등을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