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쟁점 다 걸고넘어져놓고 사과 없어…2008년 '의장 중립' 발언 잊었나"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야(野)편향' 정기국회 개회사 논란과 관련 "시급한 추경과 민생법안, 대법관 인준 등 나머지 안건을 내일 오전 중 처리할 수 있도록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겨주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0시20분쯤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누구로 인해서 이런 국회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냐. 가장 민감한 정치적 쟁점 이슈를 다 걸고 넘어지지 않았나.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얌전하게 들어가서 사과표명도 안 듣고 추경 처리를 하라는 말이냐"고 정세균 의장에게 따지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반대 ▲북한의 무력도발 강화와 무관한 남북대화 재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한 비난 및 공수처 신설 주장 등을 언급, 사실상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같은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정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이정현 대표와 정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정 의장을 찾아가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의견 조율을 시도하기까지 했으나 결렬됐다. 이후 새누리당은 오후 9시쯤 재차 긴급 의총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정리했다.

정 의장 측도 오후 9시쯤 입장 발표를 통해 "어떠한 정치적 의도 없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현안에 대한 입장을 사심없이 얘기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강변하며 "추경안과 대법관 임명동의는 미룰 수 없는 중요한 현안"이라고 현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를 요구했다.

편향적 개회사 논란에 대해선 "추후 논의하더라도"라고 치부한 뒤 "이와는 별개로 추경 등 시급한 현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 참석을 여야 의원들께 간곡히 요청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 정세균 국회의장이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배치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등 '친정'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단상 밑으로 나와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간담회에서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 만났을 당시 "'추경이 시급하고 대법관 임명이 시급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면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겨달라. 그러면 우리가 (본회의에) 들어가서 처리에 임하겠다'고 의장에게 요구했는데 의장은 '사회권을 못 넘기겠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과와 유감 표명 없이 (정 의장이) 사회를 보고 추경을 처리하자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겸 원내대표)도 '그리 급하면 야당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라'고 했다는데 (정 의장은) 그것도 노(no)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사회권을 계속 주장하면서 사과표명은 못하겠고 그러면 어쩌자는 것이냐. 그러면서 (추경 야당) 단독처리는 안하겠단다. 이게 국회수장이자 국회대표로서 취할 태도냐"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추경이 시급하니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겨 달라. 여당 부의장도 좋고 야당부의장도 좋으니 넘겨달라"며 "즉각 부의장에게 넘겨서 오늘 밤이라도 추경과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의 개회사 내용에 대해서도 재차 "역대 국회의장 개회사를 한번 비교해주시길 바란다. 여당 의장과 야당 의장이 오늘 같은 개회사를 개회 벽두에 한 적이 있나"라며 "다른 정치적 의도가 없고서는 이런 개회사가 버젓이 나올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의장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하라는 명령인데 정 의장은 국회법에 대한 정면 도전은 물론이고 원만한 의사진행을 파괴하고 있고 국회의장 본연임무를 방기하고 있다"며 "국회의장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가슴에 상처를 줬고 그래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는 게 뭐가 잘못된 요구냐"고 성토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의 현재와 과거 언행 불일치도 지적했다.

그는 "2008년 정 의장(당시 민주당 대표)은 김형오 의장을 향해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다. 국회법에 따라 중립으로 운영하는 게 옳다. 김 의장을 보면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장으로 처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의장은 대한민국의 의장이지 한나라당 의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이게 정 의장의 (2008년) 8월17일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을 비롯해 의총에 참석했던 의원 20여명은 이날 오후 10시48분쯤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 의장에게 직접 항의했다. 이들은 정 의장에게 "잘못을 했으면 사과하라" "사퇴하라"고 소리쳤지만 정 의장은 이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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