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개회사 논란에 조윤선-김재수 '반쪽' 인사청문…정쟁현안도 산적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여야가 국회 제출 38일만에 합의를 이룬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야(野)편향 정기국회 개회사' 논란 속에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못하면서 20대 국회의 앞날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울 전망이다.

신속한 원구성 협상 타결로 '3당 협치'의 기대를 모은 20대 국회였지만, 6·7·8월 임시국회를 모두 법안 한 건조차 처리 못하며 '빈손'으로 보낸 뒤 9월 정기국회마저 시작부터 파행을 빚으면서 정쟁의 일상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정기국회는 개회사를 통해 '사드 반대' 등 주장을 펼친 정 의장에 대한 새누리당의 사퇴 요구 및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으로 시작부터 삐걱댔다.

전날(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1조원 규모의 추경안 심사를 우여곡절 끝에 마치면서 본회의 상정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었지만, 이같은 여야의 극한 대립속에 무기한 연기 상태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 등을 잇따라 열고 정 의장에 대한 공개 사과와 사퇴 요구 등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당 지도부가, 또 의원 수십명이 의장 집무실 항의 방문까지 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시급한 추경안을 처리, 추후 사과하라는 중재안도 제시했지만 정 의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심사숙고를 한 뒤 2일 오전 10시 수습책을 전달하겠다"고 대응해 개회사 논란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이다.

   
▲ 정세균 국회의장이 전날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배치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등 '친정'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단상 밑으로 나와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진행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여당 없는 반쪽짜리 청문회가 된 바 있다.

지난달 31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앞서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야당 단독으로 지방채 상환 예산 6000억원 등을 증액 편성해 처리한 것과 관련, 여당 의원들이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문위원장에게 잇따라 사퇴 요구를 제기하면서 여야간 언쟁을 벌인 끝에 조윤선 후보자 청문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했다.

조 후보자 청문회는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으며, 당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데 이어 다음날(1일)에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김재수 후보자 인사청문을 맡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1일 정 의장 개회사 논란으로 여당 의원들이 청문회에 불참하면서 야당 단독으로 '부적격 의견 다수' 내용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2일 "법 절차에 따라서 진행이 될 것"이라고 밝혀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 과정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에 근거해 국회에서 부적격 의견의 청문보고서가 채택되거나, 아예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100일 간의 정기국회 일정은 여야 대치로 더욱 어두워질 전망이다.

사실상 '대선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 데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권의 대여압박 공조가 강화된 가운데 '서별관 회의 청문회'와 '백남기 사건 청문회' 등 첨예한 정쟁 사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전날 정 의장 개회사 관련 긴급 의총에서 "야당은 의장과 합세해서 의회권력을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다"며 "하지만 집권여당을 무시하고 야당이 국회를 지배하려고 하는 의회 폭거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대 강 대치를 예고했다.

야권은 내년도 본예산 심의, 최근 지도부 교체로 '당론 반대'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사드 배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 및 수사 요구 등으로 계속해서 정쟁의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앞으로 본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형식적으로 대충대충 넘어가지 않겠다"고 했으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원내정책회의에서 우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며 "(검찰이) 우병우를 구하는 데 함께 동조한다고 하면 우리는 야권이 공조해 특검으로 가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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