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테마주와 김무성 태마주는 급등세, 안철수 테마주는 시들
오는 6월 4일의 지방선거와 앞으로 있을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테마주가 나타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몽준 테마주와 김무성 테마주이다. 정몽준 테마주인 현대통신과 코엔텍, 그리고 김무성 테마주인 엔케이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최근까지 각각 120%, 44% 및 27%의 급등세를 보였다.
이들 3종목이 정몽준 테마주와 김무성 테마주로 분류된 이유는 단순하다. 현대통신은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내흔씨가 대주주인데 그가 정몽준 의원과 체육계에서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는 소문, 코엔텍은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2대 주주라는 점에서 주식시장에서는 정몽준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엔케이는 대표이사가 김무성 의원과 사돈관계라는 이유로 김무성 테마주로 엮였다.
정치 테마주의 최근 주가흐름
주: 지난해 11월 1일 종가를 100으로 기준하여 지수화함
급등세를 보인 이들 3종목과는 달리 안철수 테마주의 대장주인 안랩은 최근 들어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그 힘이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포스닥 대유행과 함께 정치테마주라는 용어가 우리 주식시장에 고착
정치테마주는 전체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지지부진할 때 다가오는 선거와 맞물려 기승을 부리는 특징을 보인다. 언제부터 정치테마주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사이버 정치증권시장인 포스닥이 온라인 상에서 대유행하면서 그런 용어가 우리 주식시장에 고착된 것 같다. 포스닥은 네티즌들의 유명 정치인들에 대한 호응도를 토대로 그 때 그때 사안마다 각 정치인의 주가가 변하게 되어 있었다. 당시 포스닥의 노무현주는 그가 16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2000년에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입각되며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되자 단숨에 포스닥 시장 10위권 이내로 급부상했었다.
정치테마주의 원래 의미는 정책수혜주
우리 주식시장에서 정치테마주는 처음에는 정책수혜주라는 성격이 강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하자 DJ정권의 햇볕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대북경협주가 큰 인기를 끌었고,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따라 일명 천도주(충청권에 연고를 둔 건설주)가 급등하였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에서 잘 나가던 천도주는 2004년 10월 21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이 헌재에서 위헌판정이 내려지자 일부 주식은 하루 만에 하한가로 직행하는 비운을 맞기도 하였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서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 따라 소위 대운하 수혜주가 주식시장의 큰 관심을 끌었다. 대운하 수혜주의 대표적인 주식은 특수건설로 이 회사의 주가상승율은 2007년 한해 동안에 무려 1500%에 달하기도 하였지만, 그 다음해에는 거의 제자리 수준으로 폭락했다.
정치테마주는 정치인 인맥주를 의미하는 용어로 변신
정치테마주가 2000년 이후 우리 주식시장에서 처음으로 유명 정치인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것은 당시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대통령 후보와 관련이 높았던 현대중공업 등 이른바 MJ 관련주가 아닌가 싶다. 대통령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2002년 12월 18일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자 그해 9월 이후 급등세를 보였던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지지철회를 발표한 직후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2007년에서 2008년을 기점으로 정치테마주는 이제 정책수혜주보다는 대주주나 대표이사가 정치인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회사의 주식을 상징하는 용어로 그 의미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어느새 우리 주식시장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회사 대주주 혹은 대표이사는 누구누구 정치인과 깊은 관계여서 그 정치인이 뜨면 그 주식은 대박이 난다!” 라는 식으로 유력 정치인과의 인맥을 따지는 관성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서태지, 배용준 같은 연예인과 구본호 같은 대기업 2세들이 상장사 투자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들과 관련이 있는 회사의 주가가 급등했던 시대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타이어는 대주주 조양래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EG는 대주주 박지만 회장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주자의 동생, 우리들제약(옛 수도약품)은 대주주 이상호(우리들병원 병원장)씨가 노무현 전대통령의 주치의이자 대선주자로 분류된 문재인 의원과 돈독하다는 이유로 그 당시 대표적인 정치테마주로 부상했다.
2012년 대선을 거치면서 안철수연구소(지금의 안랩)의 대주주인 안철수 이사회의장이 정치전면에 나서면서 정치테마주는 우리 주식시장에서 정책수혜주와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영역으로 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정치테마주는 “대주주 혹은 대표이사가 누구누구 정치인과 어떤 관계“라는 등식이 성립된 정치인 인맥주를 상징하는 용어로 변신했다.
근거 없는 정치테마주 투자는 쪽박의 지름길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제목:루머보다 실적, 정치 테마주 그 후 1년)를 보면 우리 주식시장에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이후 147개 종목(유가증권 38개, 코스닥 109개)이 정치 및 정책 루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주식시장의 종목 수가 1,926개(유가증권 913개, 코스닥 1,013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147개는 7.6%(코스닥 기준으로는 10.8%)에 달하는 수치로 우리 주식시장의 건전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테마주는 허상에 불과하며 거품이 빠진 후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만 안겨주었음에도 우리 주식시장에서 여전히 후진적 투자행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근거 없는 정치테마주는 투자자들을 쪽박의 지름길로 몰아간다.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결국은 터질 시한폭탄뿐이다. 무턱대고 정치테마주에 투자했다간 그 피해가 평생을 갈 수도 있다. 이제는 최대주주의 먹튀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예전과 달리 급등한 정치테마주에서 대주주의 급매물 출회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테마주가 활개치는 이유
우리 주식시장에서 정치테마주의 열기는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는 분명히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 무엇보다도 “뭇지마식 한탕주의“가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단기간에 큰 돈을 벌고자 하는 주가조작 세력들이 우리사회 곳곳에는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둘째, 우리 기업들이 시중금리 수준에 한참 떨어지는 쥐꼬리만한 배당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개인의 비중이 월등한 우리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배당보다는 큰 시세차익을 노리는 관성에 젖어들었고 주가조작 세력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이러한 심리를 교묘히 파고 들고 있다.
셋째, 주가조작 행위에 대해 그동안 사법당국이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기 때문이다. 2010년 1심 형사공판의 경우 금융사범에 대해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이 선고된 비율은 고작 1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 당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주가조작이 적발되어도 가벼운 옥살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넷째, IT 최강국의 지위를 반영하듯 인터넷 여기저기에 너무나 많은 주식관련 카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럴듯한 구실로 투자자들을 부추기는 인터넷 카페가 36,000여개에 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별다른 범법의식 없이 주가조작에 참여하는 개인들도 많은 실정이다.
재기 불가능할 정도의 민, 형사적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
정치테마주가 우리 주식시장에서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가조작에 대해 시장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조사, 수사기간을 단축하여 형사적 처벌을 엄격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주가조작 사범이 취한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민사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과거에는 주가조작에 대한 조사, 수사에 보통 1~2년씩 소요되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거래소의 심리, 금융감독원의 조사,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 통보에 이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일처리가 진행되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으로 검찰산하에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설치하고 주가조작이 인지되면 금융감독원의 조사 단계를 거치지 않고 검찰이 곧 바로 수사에 착수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였다. 또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와 벌칙을 강화하는 법 개정도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지난해 12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출범 7개월간의 성과를 발표한 것을 보면 재판에 넘긴 주가조작 사범의 구속기소 비율은 50.8%에 달했고, 거래소에서 검찰까지 최소 1년 이상 소요되던 사건 이첩기간을 평균 3.5개월로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종합대책과 법 개정이 주식시장에 약발이 먹혀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와 벌칙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문제는 법이 과연 효과적으로 실행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시세조종행위 등을 통해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고(제176조), 이를 위반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1배 이상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제443조)고 되어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무혐의로 처리되는 사례가 심심찮다.
지난 2월 4일 인천지법 형사 12부는 상한가 굳히기 방식으로 329차례의 시세조정 주문을 했던 최모씨의 기소 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가 주식매매를 하면서 해당종목에 대해 통정 매매나 가장 매매를 했다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증권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어 가는 반면 우리의 현재 법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SEC(증권거래위원회)가 주가조작 행위가 적발되면 민사제소권을 가지고서 징역형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민사제재금도 별도로 부과한다. 그리고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최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주가조작 사범에게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민, 형사적 처벌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이는 이들에게 주가조작은 한탕해먹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그릇된 신호를 줄 것이고 이것은 학습효과로 이어져 우리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 범죄행위는 절대로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식시장의 건전화를 위해 근거 없는 정치테마주는 사라져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재기 불가능할 정도의 민, 형사적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의 현재 법체계를 다시 한번 재점검해야 할 때이다. /최석포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전올포유플러스 에셋 대표, 전메리츠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