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키움증권이 하이투자증권 매각 주관사 회계법인의 인수 부탁을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최종적으로 검토하다가 최근 안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하이투자증권 매각 주관사인 EY한영이 키움증권에 인수를 제의했으나 뿌리쳤다. EY한영은 키움증권의 감사 회계법인으로 평소 상당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분관계를 고려해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가기는 했지만 의수할 의사가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에 큰 관심이 없었다”며 “한 때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결국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은 키움증권 외에 IM을 받아간 오릭스PE(프라이빗에쿼티)와 LIG투자증권의 2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오릭스PE는 과거 현대증권 인수전 때와 같이 ‘일본계 대부업체’라는 논란에서 이번에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LIG투자증권은 지난 6월말 기준 자기자본이 채 2000억원이 되지 않아 자금조달에 의구심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달 초 발표한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방안이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이 방안이 발표됐을 때만해도 자기자본을 불리려는 증권사들이 대거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IB 육성방안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기업금융 관련 외국 환전 업무를 맡을 수 있게 된다. 이에 자기자본 4조원을 밑도는 삼성증권 등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결국 IM을 받아가지 않으면서 사실상 인수를 포기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법인지급결제가 빠지면서 초대형 IB 육성방안이 큰 매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전업무 역시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게만 허용되는 종합금융투자계좌(IMA)는 메리트가 있지만 여기에 근접한 증권사는 오는 12월 출범하는 통합 미래에셋대우(6조7000억원)밖에 없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이투자증권 자기자본 7000억원이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애매한 수준이고 구조조정 비용 등 우려에 증권사들이 차라리 유상증자가 낫다고 판단하는 하는 것 같다”면서도 “어음발행이나 환전업무는 증권사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낮춰가면서까지 목을 걸 정도로 메리트 있는 사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물론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어음발행은 이미 전자단기사채(전단채)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에 김태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증권사의 새 먹거리로 부상한 것처럼 잘하는 한 증권사가 나오면 결국 너도나도 하겠다고 나서는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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