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정치적 중립 중대 위반…장단 맞춘 야당과 한통속 민낯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정세균 국회의장은 '대권병'이 들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다른 때도 아니고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열리는 날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문제와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책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은 어떤 면으로 봐도 국회의장이 아닌 대권주자의 모습이었다. 

우병우 수석을 비난하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주장한 것도 대권 주자의 선언문에나 등장할 전형적인 선거철 공약을 연상시켰다. 이날 정 의장 발언과 태도는 현직 대통령 권력과 맞설 사람은 나뿐 이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려는 퍼포먼스 그 자체였다. 

정 의장이 대권 도전에 뜻이 있다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시절인 2012년 6월, 종로구 광장시장 대선출정식에서 "서민의 일터이자 국민의 살림터인 이곳 광장시장에서 저는 국민의 어려운 삶을 함께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며 일찌감치 출사표도 던져 놓았다.

   
▲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1일 의장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본분을 망각한채 사드 및 우병우 민정수석 등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몰았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장의 한심한 퍼포먼스와 장단 맞춘 야당 

정 의장이 정치중립 위반이라는 무리수를 던져가면서까지 노골적으로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낸 덴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로 자신이 대권에 도전하기에 내년을 최적기로 봤을 것이라는 점이다. 여소야대 총선 결과가 보여주는 민심, 새누리당 집권 10년 피로감으로 인해 내년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생각이 무모한 용기를 갖게 해주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정 의장의 나이를 볼 때 대권 도전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는 점도 있다. 또 이건 필자가 가장 큰 이유로 보는 것인데, 문재인 대세론을 필패론으로 보고 자신이 대체재가 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 뵈는 차기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이 핵심 변수가 됐을 때 문 전 대표 보다 본인 경쟁력이 더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친문재인계가 밀었다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신임 당 대표가 DJ계로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도 어쩌면 용기의 밑바탕이 됐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적 계산을 했든 정 의장이 20대 첫 정기국회 개원연설에서 국회법을 무시하고 대권주자 각인쇼를 벌인 것은 밑천만 드러낸 것이다. 정 의장은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민생을 앞세우고 국회의 책무를 강조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새누리당이 뻔히 반발할 걸 알면서도 그런 도발을 '의도적으로' 했다는 것, 그리고 명백히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점은 대권병에 민생까지 내팽개쳤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행위다. 

더불어민주당 태도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자당 출신 국회의장을 감싸더라도 국회의장이 대놓고 자기 정치퍼포먼스를 했는데 비판 한마디 안 하고 감싸는 게 말이 되나. 그래놓고 "국정을 넘어 이제 국회와 국민까지 우병우 수석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며 청와대까지 끌어들이는 얍삽한 전략까지 구사했다. 민생이 달린 문제에 우병우 정국까지 이용해보겠다고 비약하는 이런 태도, 이게 민생을 위한다는 야당이 취할 태도인가.

   
▲ 정세균 국회의장의 문제 발언으로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파행 이튿날인 2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발언에 대해 "국익을 해치는 망언을 한 것"이라며 조목조목 비판했다./사진=미디어펜

국회의장의 대권놀음은 국민의 불행

강조컨대 엄중하게 정치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위반한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우병우 민정수석 건으로 대통령 인사권에 개입해 이래라 저래라 논평한 것도 참 주제 넘는다. 또 국회가 다룰 공수처 법안을 정 의장이 나서서 가치판단하고 마치 국회에 어떤 결론을 요구하는 듯, 지시하듯 말한 것도 월권행위다. 

야당 편들기 수준을 넘어 본인이 마치 국회 꼭대기에서 심판자라도 된 듯이 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사드 배치 반대 발언인데, 사드 배치는 국회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 자체가 아니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지적대로 입법의 문제도 아니고 예산 문제도 아니고 현재 진행 중인 행정부 권한의 문제다. 국회의장이 대체 무슨 권리로 행정부 권한에 간섭하나. 이게 툭하면 민주주의 삼권분립 외치는 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할 언행인가.

정 의장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고, 그 결과로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안 없는 야당과 국회의장의 묻지마 사드 반대야말로 국론분열의 원인이다.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는 응분의 제재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남북이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하나마나한 양비론도 마찬가지다. 이 발언은 국회의장으로서 부적절할 뿐 아니라 설령 대권주자의 발언으로 이해해도 쓸모없는 공허한 얘기다. 

김정은 체제의 지각변동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중요한 시점에 이런 한가한 얘기를 늘어놓고 대권선언쇼나 벌이는 인물이 국회의장직을 맡는 게 과연 옳은지 의문이 든다. 정 의장은 비록 막판 추경처리를 도왔지만 대권놀음에 관심이 더 많다는 속셈을 들켰다. 

민생이 어려운 시기에 이런 국회의장을 갖는 건 국민이 불행한 일이다. 새누리당이 사퇴촉구 결의안을 철회했어도 본인 스스로 거취를 고민해야 하지 싶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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