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직접 주민들을 상대로 노동당의 정책을 조롱하거나 ‘최고 존엄’을 풍자하는 주민들의 언행을 단속하는데 나섰다.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최근 대북소식통들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주민들에게 ‘입단속을 잘 하라’는 경고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담당 보위원들이 인민반회의를 소집하고 ‘당과 수령을 은유적으로 빗대어 표현하는 말들을 용서치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보위부 담당 지도원이 직접 인민반회의를 조직하고 주민들에게 내부 불순분자들의 적대행위에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강연을 했다”며 “입단속을 잘하라는 게 강연내용의 골자였다”고 밝혔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도 “지난 8월 28일 저녁에 인민반 담당보위지도원이 주민들을 모두 불러 놓고 강연을 조직했다”며 “내부 적대분자들의 행위에 절대로 말려들지 말라는 것이 강연의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소식통은 “인민반 강연을 조직한 담당보위지도원이 주민들 속에서 흔하게 쓰이는 ‘이게 다 미국의 탓이다’, ‘바깥구경도 못하는 바보’ 와 같은 말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내부 적대분자들의 음흉한 언행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국가안전보위부가 적대분자들의 책동이라고 지적한 표현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주민들속에 일반적으로 쓰이던 표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다 미국의 탓이다’라는 말은 10년도 넘게 주민들이 써오던 표현이라고 그들은 덧붙였다.
‘미국의 탓’이라는 표현은 북한당국이 김일성 시대부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무조건 “미국 때문에 빚어진 사태”라고 우기던 관행에서 비롯됐다며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는 “너무도 뻔한 문제의 원인을 엉뚱한데 갖다 붙이는 중앙의 태도를 비웃는 의미로 통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적된 ‘바깥구경도 못 하는 바보’라는 표현은 평양시에서 먼저 유행한 말로 지난 해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이에 충격을 받은 간부들 속에서 은근히 번지기 시작했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했다. 집권 이후 외국방문이나 정상회담을 한 차례도 하지 못한 김정은 위원장을 빗대는 표현이라고 한다.
대북소식통들은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북한엔 남탓만 하는 중앙당의 행태를 비꼬거나 은유적으로 ‘최고존엄’을 풍자하는 표현들이 많다”며 “이런 식의 표현을 다 적대분자의 책동으로 다스린다면 북한주민 대부분이 적대분자로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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